행정 편의적 공공입찰에 농민피해만 키워…농기계 하자는 ‘모르쇠’ 일관

[농업경제신문=이승현 기자] 정부의 들녘경영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수억원의 광역방제기를 구매한 충남 당진의 한 농가가 당진시의 행정 편의적 결정에 손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이농가는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발품을 팔아가며 원하는 농기계를 구입할 수 있도록 법인계약을 통해 입찰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당진시의 반대로 결국 피하고 싶은 제품을 선택 받았다.

이후 8월 당진시의 공공입찰을 통해 낙찰된 방제기는 곧바로 잔고장 등의 하자뿐만 아니라 방제 중 대형사고로 까지 이어 졌다.

해당 농민은 당진시를 상대로 문제점을 하소연 했지만 시는 입찰 대행만 진행했을 뿐 기계 하자는 농민과 계약사의 문제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해당 기계를 구입한 이강훈 해나루영농조합 대표는 “입찰전 당진시에 한아에스에스 광역방제기의 잔고장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시는 형평성 차원에서 모든 업체가 입찰에 참가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며 “결국 피하고 싶은 제품이 낙찰돼 한 해 동안 고장과 사고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농민 입장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고 단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절차는 염두도 하지 않았던 당진시 농업정책과와 계약 담당 공무원의 행정 편의적 대응이 불러온 결과”라고 성토했다.

이강훈해나루영농조합대표
이강훈해나루영농조합대표

◆당진시 농기계 공공입찰에 농민은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하는 들녘경영체육성사업은 50ha 이상 들녘의 규모화?조직화 및 공동경영을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정부 지원을 통해 광역방제기를 구매한 법인이 자신의 경작지뿐만 아니라 방제가 어려운 이웃 농가의 방제도 병행해 고령화되고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돕겠다는 취지다.

이 사업은 총 1억 5000여만원 상당의 광역방제기를 영농 법인이 구매할 경우 정부가 지원금의 50%를 국비로 부담하고 지자체가 40%, 사용농가가 10%를 각각 부담한다. 또 지자체의 경우는 관할 도와 시가 3:7로 예산을 나눠 책정한다.

당시 충남 당진시는 정부사업에 선정된 관내 해나루영농조합을 대리해 공공입찰을 진행했다.

이는 해당 사업에 국비가 50% 이상 들어간 만큼 지방계약법상 공공대행 입찰만 가능하다는 해석에 서다.

당진시 계약 담당자인 구모 팀장은 “시는 행정자치부 세출 예산 집행기준과 지방계약법상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입찰만을 진행한다”며 “법인이 입찰을 진행하는 누리장터는 들어 본 적도 없고 들을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당진시의 이 같은 주장이 법적 문제는 없지만 행정 편의적 발상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한 민간법인 관계자는 “공공입찰은 농민등 민간사업자가 입찰을 진행하기 어려울 시 대행을 요청할 경우에 해야 한다”며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계약 당사자인 농민은 특정규격을 명시하지 않고 법인을 통해 2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입찰 방법을 시에 요구했고 당진시가 이를 거부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진시의 공공입찰이 법적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 편의적 발상은 분명하다”며 “정부가 민간법인의 입찰참여 확대와 편의를 위해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이 가능하도록 만든 누리장터의 기획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진시는 국비가 50% 이상 소요되는 만큼 시 차원에서 입찰을 대행해야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정부사업의 경우 관련 지자체 외에는 다른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할 경우 불법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취재 결과 당진시를 제외한 충남지역의 부여, 서산 등 여타 시군은 농민의 의견을 반영, 법적 테두리 내에서 광역방제기 구매 입찰을 민간법인이 진행하는 누리장터를 통해 절차를 마쳤다.

또한 올해 22개 자방자치단체 중 20곳이 민간대행 방식으로 농민 편의에 맞춰 입찰을 진행 한 바 있다.

당진시를 제외한 충남지역 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자체이 이 같은 사안의 경우 농민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진행한 것.

실제 전라북도 역시 김제시를 제외하고는 정부지원 사업에 농민 입장이 반영된 계약을 우선에 뒀다.

다만 지자체 대행입찰을 원칙으로 하는 전남도와 전북 김제시는 지자체를 통한 공공입찰을 진행하지만 농가가 구매를 원하는 농기계 제원을 선택하고 2개 이상의 법인이 참석하는 등 입찰 요건에 이상이 없는 경우 농민배려를 최우선에 두고 입찰을 진행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알리자 당진시 계약담당자는 “계약부서는 관련 부서인 농업정책과의 의뢰만 받아 법적 절차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을 뿐”이라며 “세부적 사항은 농업정책과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업정책과 담당자는 “지원 사업 전반에 관한 사항과 후속 감시업무는 농업정책과가 담당하지만 공공입찰 건은 계약부서에 의뢰한 만큼 그쪽에서 처리한다”고 책임을 넘겼다.

이강훈 대표는 “당시 입찰에 앞서 당진시를 3개월여간 찾아가 여타 시군의 관련 사례를 설명 했지만 당진시는 농민 의견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며 “어렵게 정부사업에 선정됐는데 계약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원하지 않았던 제품을 울며겨자먹기로 한 계약에 한해 내내 속앓이만 했다”고 밝혔다.

당진시의공공입찰로구매한한아에스에스광역방제기.
당진시의공공입찰로구매한한아에스에스광역방제기.

◆공공입찰 근본적 문제는 없나

이번 당진시의 경우와 같이 정부가 대행해 주는 공공입찰의 경우 주체가 없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입찰을 올리는 대상(지자체)과 계약자(농민)가 상호 다르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느 누구도 주체가 될 수 없고 중대한 하자 역시 계약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실제 2013년도 전북 익산시 농업기계센터에서 농기계 입찰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공공입찰을 통해 입찰을 진행한 농민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선택되지 않자 계약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통상 공공입찰은 낙찰자가 정해지면 일주일 전후 계약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해당 농민은 계약을 하지 않고 관련 지자체에 입찰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대행했던 익산시는 자신들의 입찰이 아니기 때문에 입찰 포기 역시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농민은 해당 농기계를 1년이나 지난 시점에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낙찰 받은 제품에 중대한 하자도 문제다.

입찰을 대행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제품에 낙찰까지만 관여하고 이후 어떠한 의무도 없어 결국 하자가 발생해도 재입찰이나 취소 등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잘못된 제품을 구입해도 낙찰 후 모든 문제는 계약자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 스스로 입찰을 진행할 수 없어 공공기관이 이들 대행해 불편을 최소화 하고자 만든 공공입찰 제도가 소비자 불편만 더욱 가중시킨 셈이다.

정부사업의 사후관리 역시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전체 사업을 관장하는 농림식품축산부와 당진시 농업정책과는 들녘경영체지원사업 목적에 어긋나는 부분에 만 사후 감시 의무가 있고 나머지는 계약 농민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당진시 농업정책과 담당자는 “농식품부에 연락해 봤지만 낙찰 제품의 중대 결함이나 하자 문제는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며 “잇따라 하자가 발생한 제품에 대한 불량업체 등록 등 입찰 참여 제한 역시 농민 스스로 입찰 관련기관에 문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강훈 대표는 “당진시가 실제 농민을 위한 사업에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며 “법적 책임이 없다고 도의적 책임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강훈대표가농사일지를보여주며당시상황을설명하고있다.
이강훈대표가농사일지를보여주며당시상황을설명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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