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자급률 92~105% 수준이지만, 보리 밀 콩 옥수수 등 자급률 0.5%~9.4% 수준
올 2월 수입 곡물 1t당 가격 386달러로 코로나 직전 2020년 2월보다 47% 상승
윤 당선인 "식량안보 대책 통해 장바구니 물가 안정, 공급망 현안까지 챙기겠다"

[농업경제신문 이호빈 기자]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와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밀과 옥수수, 팜유 등 각종 식재료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가격이 치솟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곡물이사회는 "전쟁 장기화 시 곡물 수입 의존 국가들이 2022년 7월부터는 밀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 생산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 곡물자급률은 2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을 보였으며, 쌀 자급률도 2015년 101%에서 2020년 92.8%로 감소했고, 2021년 식량안보지수는 세계 113개국 중 32위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 자료=농식품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 자료=농식품부

최근 5년간 쌀 자급률은 92~105%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보리, 밀, 콩, 옥수수 등 다른 식량자급률은 0.5%~9.4% 수준이었으며,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밀은 자급률이 2%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국산 밀 비축 매입량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853t에서 2021년 8401t, 2022년 1만4000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며,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 자금 금리도 0.5%P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 곡물 가격이 최근 2년동안 50%가량 상승했다. 올해 2월 수입 곡물의 1t당 가격은 386달러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0년 2월보다 47.4% 상승했다.

이런 곡물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출입이 자유롭지 못한데다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곡물가격이 고공행진, 세계 1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밀 수출 금지령을 확대하고 있고,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장기화로 밀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 그렇지 않아도 강세였던 국제 곡물 가격과 식료품값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례 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최근 "식량안보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곡물 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등 식량주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밥상 물가가 고공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식량자급률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짐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식량안보 강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공급망 강화가 곧 경제 안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민의 먹거리가 달린 식량 공급망에 대해서도 더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농산물 수입물가 및 소비자물가 단위. 자료=한국은행
농산물 수입물가 및 소비자물가 단위. 자료=한국은행

올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1%까지 치솟은 가운데, 원인 중 하나가 30% 중반을 웃도는 수입 농산물 물가상승이라는 지적에 따라 윤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원들에게 "식량안보 대책을 통해 서민 체감이 큰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하고 최근 불거진 공급망 관련 현안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5일 aT에서 열린 '2022 KREI 연구 성과 보고회'에서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식량안보에 대한 범국가적인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고, 단기적 대응에서 벗어나 긴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생산기반 확대 등을 비롯해 민간을 중심으로 국제곡물을 국내 수요와 연계한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2008년 애그플레이션을 겪으며 추진된 해외농업개발과 국제곡물 조달시스템이 이후 곡물가격 안정화로 제대로 투자되지 못한 게 문제"라며 "중장기적 시각에서 사업을 설계하고 적정수준의 식량자급률 확보를 위한 쌀 이외 밀, 콩 등 비축도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GS&J 인스티튜트도 "전쟁에 따른 국제곡물 교역 감소 등으로 식량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전망"이라면서 "정부는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식량안보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식량·자원·에너지를 묶어 국가안보를 관리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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