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학원강사에서 귀농... 품앗이로 농사 배워”
자연의학 눈떠... 인간의 몸은 소우주와 같아

[농업경제신문=홍미경 기자] “어릴 적 농사짓는 부모님을 보며 밭에 가서 일하고 갯벌 가서 굴 따는 것이 싫어서 도시로 나왔죠. 다시는 안돌아 갈 것이라고 결심하며 도시에서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순간 삶이 무의미해지더군요. 흙이 만져보고 싶어 무작정 귀농했습니다”

지난 2013년 경남 함양군으로 귀농한 문들산. 그녀는 부산에서 잘 나가는 입시학원 국어 강사였다. 타고난 말솜씨와 서글서글한 외모로 학원에서 인기와 실력까지 갖춘 선생님으로 정평이 났다. 돈도 잘 벌었고,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부족함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학원 강사의 특성상, 아무리 쉬어도 매일 피곤함의 연속이었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갔다. 술도 마셔보고 각종 레저 스포츠를 즐겨봐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고독감은 가시질 않았다.

매일 “왜”라는 물음으로 쳇바퀴 도는 삶을 살던 어느 날 문득 “떠나자” 마음먹고 가방 하나 달랑 들로 경남 함양으로 스며들었다. 왜 함양이었냐고 묻지는 말자. 그저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 흙냄새 풀냄새 짙은 곳으로 발길이 닿았을 뿐이다.

하여 농사와 살림 공부 그리고 대체의학을 공부하며 새로운 삶을 산지 5년 차 중견 귀농인이다.

“경남 사천이 고향이었죠. 학원과 도심 생활에 지쳤을 무렵, 지인으로부터 농사 모임을 소개받았어요. 막상 와 보니 생태환경을 지향하는 공동체와 학교를 운영하는 단체더라고요. 학교 근처에서 논농사는 물론이고 텃밭을 가꾸며 콩, 배추 마늘 채소 등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공동 재배를 하는 곳이었어요. 저처럼 귀농 초보자들에게는 이런 공동체 모임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시행착오도 줄이고,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도 달랠 수 있었죠”

온 배움터(구 녹색대학)은 2003년 백전 중학교 폐교 이후 친환경 농업을 꿈꾸는 몇몇이 이곳을 인수해 녹색대학을 설립하고 생태 환경 공동체를 구성했다. 온 배움터는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처음 호미 잡던 때가 기억납니다. ‘이렇게 힘들어서 떠났었는데’라는 후회하기도 했죠 그래도 숨 막히게 살아가던 도심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아마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시켜서 억지로 농사일을 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힘들지만 견딜 수 있고, 보람도 생기더라고요”

귀농인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으로 힘든 농사일보다는 낯선 마을의 텃세다.

“이곳에서 와서 감자 심기부터 시작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웠죠. 동네에서 품앗이하면서 고추, 고구마, 마늘 등 각종 재배법을 모두 배웠어요. 텃세요? 아뇨. 마을에 젊은 일꾼이 부족하니 대환영 받았는걸요. 특히 저희 마을(함안 백전면)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라기 보다 귀촌하는 사람들 많은 곳이죠”

감자, 고추 등 밭작물부터 시작했다. 논농사 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며 경작지도 넓지 않아도 되는 점이 초보 귀농인들에게 적합하다는 것이 그녀의 귀띔이다.

“감자를 심고 고추를 많이 심었죠. 5백 줄, 300평 정도 심었어요. 고추는 탄저병 등 바이러스성 질병이 심해서 농약을 많이 치죠. 그런데 저는 하나도 안치고 이엠(EM)과 퇴비만으로 완전히 친환경으로 했어요. 마을 할머니들이 5백 줄을 심으니 3백 근 정도 딴다고 하시는데, 저는 42근 정도 땄죠. 모종값도 안 나온 정도니 시쳇말로 폭망이었죠. 하지만 이 나라 땅을 살리고 인간과 동물, 심지어 곤충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가장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매우 컸어요”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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