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자체장 2018년 농업정책을 듣는다①]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
“농민 스스로 참여하고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춰 특화된 경쟁력을 창출”

국민들은 농산물 가격안정과 유통 혁신을 가장 중요한 올해 농정과제로 인식하고 있고 친환경농산물과 로컬푸드, 귀농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하지만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수입농산물의 시장잠식 등 당면한 문제점으로 농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농촌현장에서 심혈을 쏟고 있는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난4년의 농업정책 성과와 올해 농정행정의 주요정책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이 정신사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단계로 도약했습니다. 농업에도 이 시대의 가치 정신이 담겨야 합니다. 인문학적인 문화적인 마케팅적인 측면의 특화된 자신만의 독특한 상품이 생산되고 마케팅이 전개돼야 합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농산물을 선택할 정도로 똑똑해졌으며 글로벌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농업의 혁신이 이뤄져야만 경쟁력이 생깁니다”

전남 순천시 조충훈시장은 위기의 농정을 극복하는 핵심키워드로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순천의 핵심적인 농어업 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농업에도 시대정신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도사동 오이재배는 비닐하우스의 원조였습니다. 일찍이 1960년대부터 재배를 시작했고 이후 작목반을 구성하는 등 협력체제를 갖춰 현재의 낙안오이의 시초가 됩니다.

1959년에 해룡면에서 이모작을 시작한 것은 전국서 처음이었습니다. 조기햅쌀을 심고 벼를 추수한 논에 한약재인 택사(澤瀉)를 재배해 소득을 올린 이모작의 역사가 있는데 이와 같이 순천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농업기술과 전통이 있습니다.

분지이고 가난한 면이었던 월등면이 자구 노력으로 산지를 개간해 특화작물로 복숭아를 길러내 소득을 올렸고 인구 1천여 명의 작은 면인 외서에서는 딸기모종을 생산해 연 56억원의 소득을 달성했습니다. 또 지대가 높은 특성을 살려 고랭지 절임배추를 특화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렇듯 순천은 선진농업을 일찌감치 실천했고, 바로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한 창조정신으로 농업 살리기를 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이기도 합니다.

사진=전남순천시조충훈시장
사진=전남순천시조충훈시장

- 지난 4년간 순천 농어업 분야의 성과와 타 지역과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 2016년 5월에 순천만국가정원 내에 로컬푸드매장을 개장해서 1년6개월만에 5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이중 매출액의 약 90%가량인 45억원 정도가 농업인들에게 환원됐습니다.

특히 순천의 로컬푸드가 차별성이 있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1,000여 명이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함으로써 시민이 주도해 주인이 되고 생산자-소비자가 윈윈하는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생산자 실명제로 단골 소비자가 생기고, 생산자가 제품에 자부심을 갖게 돼 앞서서 유기농 생산을 고집하고, 잔류 농약검사도 먼저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4월에 2호점이 조례호수공원에 들어서고 내년에 3호점도 오픈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전국 최대규모 농산물가공센터를 건립해서 농업인들이 창업교육과 시설 활용교육을 받고 생산자가 기계설비를 직접 이용해 시제품과 브랜드 및 포장지 등을 개발하면서 농업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또 이곳을 통해 만들어진 우수 제품을 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진=순천만국가정원내에위치한순천로컬푸드직영점내부
사진=순천만국가정원내에위치한순천로컬푸드직영점내부

- 최근 순천을 찾는 관광객이 급속히 늘고 있는데 농어업 분야와의 연계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순천시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900만명이 넘고 있습니다. 로컬푸드 매장 이용객수가 20만명을 돌파했는데 매출의 40% 정도가 관광객으로, 로컬푸드 매장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시는 미식(美食) 도시로서의 친환경 경쟁력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식재료와 미식에 대한 노하우, 예를 들어 매실식초 해무침이나 매실식초 서대회 등을 계절상품으로 내놓는다든지 하는 레시피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푸드아트페스티벌 등 농업과 문화축제를 결합한 특화된 전략으로 음식을 판매하면서 순천의 농산물을 알릴 계획입니다.

사진=순천시서면농산물가공센터
사진=순천시서면농산물가공센터

- 순천 농어업의 미래 전략은 무엇입니까

▲ 이제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단순하게 조미료를 적게 넣고 하는 정도가 아닌 친환경 농산물의 맛을 구분할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농업이 예전에는 모두 똑같이 변화했지만 지금은 조그마한 변화라도 남과 달라야 살아날 수 있는데 누가 먼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느냐에 성공여부가 달려있습니다.

매실은 원래 순천이 본고장이었는데 그동안 타지역에 주도권을 뺏겼지만, 현재 황매실 농업법인을 세우고 가공공장을 신축해서 공동으로 매입, 가공 출하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고 중국 수출활로를 개척함으로써 올해도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입니다.

미생물 친환경 오이인 클로렐라 오이와 친환경 콩나물 등 순천의 경쟁력은 다양하지만 순천지역 미래의 희망은 화훼농업에 있다고 봅니다. '전국 축제를 순천 꽃으로 채운다'는 심정으로 화훼농업을 육성해나갈 계획입니다

순천 백일홍이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 광양, 여수 등을 통해 수출되고 있습니다. 화훼 수출증대를 위해 화훼 수출단지와 조경수 수출단지도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 순천은 귀농지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귀농의 실태와 귀농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 및 효과는 어떻습니까

▲ 우리시는 귀농 귀촌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시에서도 귀농인에 대한 지원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도 필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과 자립적 기반, 작물에 대한 특화 등이 없이는 귀농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자연마을의 특징을 살려 순천 레시피를 특화한 덕동마을과 산에 돈이 있다는 전략으로 아열대 식물 모링가와 고소득 작물로 옻나무, 두릅나무를 심어 성공한 사례 등에서 보듯 순천이라는 지역적 이점보다는 귀농인 스스로가 아이디어를 내고 본인만의 강점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농업인들 스스로 과제를 발굴하고 문제를 의논해서 결정할 수 있는 자치 역량을 키우는 데 더 큰 힘이 모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개헌과 맞물려 새 정부가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서 지방분권이 강화된다면 이에 대한 개선책은 무엇입니까

▲ 지방 분권은 시대정신이며 농업분야에서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정책에서 지방세의 비중이 20%정도 밖에 되지 않아 기획과 집행과정에서 자율성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중앙정부에서 지역적 고려없이 일괄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것으로는 농업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방분권이 이루어질 경우 각종 보조사업에도 농업인이 주체가 되어 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시에서는 읍면동에 직접 예산 편성 권한을 주고 있으며, 점차 권한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대신 실패하면 책임을 지라고 합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고 성패를 함께 해야 진정한 분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1995년 순천시와 승주군이 통합해 새로운 도농복합도시 ‘순천시’로 발족했다. 남쪽은 순천만에 접해 있고, 옛 승주군 지역은 자연 경관이 수려하고 문화 유산이 풍부한 관광지이다. 2013년부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5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인터뷰=이은석 전문기자, 정리=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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