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학 나와 학원 강사... 풍족한 삶?
암(癌) 극복... 버섯 발효시켜 먹기 쉽도록?

사진='도움농장'이현선대표
사진='도움농장'이현선대표

[농업경제신문=홍미경 기자] “유방암3기로 시작해 농업 스타트업 CEO가 됐습니다. 제 경험이 암 환들뿐만 아니라 귀농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 농장 이현선 대표는 얼마 전까지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은 환자였다. 절망의 끝에 선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이겨냈다. 이 과정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상상조차 안된다.

그러나 그는 환한 미소로 “제가 살기 위해 연구했고 일했어요. 그리고 모두가 건강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농업 분야 여성 스타트업 CEO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현선 대표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교육학을 전공한 이현선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홈쇼핑 기획자, 뮤지컬 기획자로 방송예술계에 몸담았다. 일에 대한 열정은 논술학원 강사로 이어졌다.

“너무 다른 분야의 일들을 해오면서 남들은 힘들다고 하지만 보람 가득한 일이었어요. 다소 고달프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성취에 즐거웠죠”

사진=이현선대표와아버지이성덕씨
사진=이현선대표와아버지이성덕씨

이 대표는 사회생활에 찌들어 떠밀려 농사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삶을 바꾼 사건은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2015년 5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멘붕이 왔어요, 모든 게 망가졌으니까요”

말 그대로 모든 게 무너졌다. 결국 모든 활동을 접고, 곧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30여 년간의 경찰생활을 마무리하고 귀농한 아버지 이성덕 씨는 딸을 낫게 할 모든 방법을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한 가지 음식을 찾아냈다. 예로부터 항암에 좋다고 소문난 노루 궁둥이 버섯이었다.

찾아보니 실제로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글루칸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항암치료로 약해진 딸의 면역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게다가 그는 버섯재배사 자격증을 가지고 시험 삼아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었던 터였다.

사진=암판정받기전이현선대표
사진=암판정받기전이현선대표

아픈 딸에게 먹일 노루 궁둥이 버섯을 직접 재배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농장의 모든 시설을 노루 궁둥이 버섯에 맞춰 다시 시작했다. 다행히 노루 궁둥이 버섯은 잘 자라주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입맛이 없어져 아무리 좋은 음식도 먹을 수 없었죠”

항암치료를 받던 이 대표가 음식을 먹기 힘들어 했기 때문이었다. 6개월간 8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고강도의 일정을 보냈던 터라 몸도 마음도 망가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입맛도 점점 사라졌다. 때문에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노루 궁둥이 버섯을 아무리 맛있게 요리해도 이 대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 대부분의 암 환자들처럼 항암치료와 함께 찾아온 변비와 복통 때문에 큰 고통을 겪게 됐어요. 보다 못한 아버지가 연구를 시작했죠. 노루 궁둥이 버섯을 쉽게 섭취하고,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자신 직접 만든 천연효모로 발효시켜본 것이 도움 농장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진='도움농장'노루궁둥이버섯
사진='도움농장'노루궁둥이버섯

결과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쓰고 떫은맛이 남아있어 아사이베리, 사과, 양파 등의 천연재료를 첨가해 맛을 개선했다. 노루 궁둥이 버섯의 부족한 영양 성분을 다른 재료가 채워주는 것은 덤이었다.

“ 아버지가 만든 발효 노루 궁둥이 버섯을 먹으면서 고된 항암치료를 이겨냈어요. 저와 아버지의 간절함이 닿았을까요. 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죠”

이 대표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고 위장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발효 노루 궁둥이 버섯을 권했다.

“변비 해소에 분명히 도움이 되고 맛도 괜찮다는 반응이 돌아왔어요. 주변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제품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생사의 길목을 넘나드는 경험을 겪고 나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제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모두가 건강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사실 버섯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하지만 차근차근 시작했다.

동사무소 전단지를 보고 창업교육에 참여하고, 스스로 버섯 서적을 들여다보며 버섯을 연구했다. 시장조사도 시작했다.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몸은 지쳐도 마음은 뜨거웠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제품의 기획과 상품을 디자인했고, 완벽한 배합 비율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재료를 찾아 헤맸다.

사진=제품화한노루궁둥이버섯
사진=제품화한노루궁둥이버섯

그렇게 2017년 출시한 제품이 ‘싹싹 발효 노루 궁둥이버섯’이다. 몸속의 숙변 염증 등을 ‘싹싹’ 청소해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막막했다. 제품은 완성되었지만 팔 길이 없었기 때문. 제일 큰 문제는 홍보였다.

“2~3억 원의 비용이 드는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기에는 자금이 부족했어요. 주변에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효능을 홍보할 수 없었죠. 그러면서 지인 판매에도 한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농협 미래지원센터에서 개최하는 ‘농식품 아이디어(TED) 경연 대회’를 알게 됐어요. 절실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모든 걸 쏟아부었다. 사업 계획서 작성부터 PPT 발표까지, 농업과 아무 관련 없어 보이던 그의 지난 경력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결과는 우수상 수상. 기존 시장에 없는 버섯 관련 과립형 제품이라는 점과, 이 대표가 가진 스토리텔링이 신뢰와 차별성을 가져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의 추천으로 와 니즈와 함께한 농식품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 참여해 목표금액의 420%를 달성하기도 했다. 95명의 후원자로부터 840만 2100원의 펀딩을 유치한 성과였다. 이러한 결실은 각종 지원 사업 선정으로 이어졌다.

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농장 시설을 개선해 생산량을 늘리고 제품 라인을 확대했다. 현재는 8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포장을 리뉴얼해 선물용으로도 구매하기 쉽도록 디자인 요소를 더 강화했다.

식구도 늘었다. 직원 한 명과 인턴 한 명과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의 건강식품 인기와 더불어 노루 궁둥이 버섯 수출 제안도 받았다. 앞으로는 제품 판매와 더불어 체험농장을 운영해 오프라인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사실 아직 매출 성과가 눈에 띄지는 않아요, 하지만 암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의 문의가 점점 늘고 있어요. 저희 도움 농장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거죠. 본래 목표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고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그날까지, 도움 농장 이현선 대표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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