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왕 목숨 구한 까마귀를 기리는 찹쌀밥에서 유래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건강 지키려는 조상들의 지혜

사진제공=해외문화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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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신문=홍미경 기자] 음력 1월 15일인 2일은 정월대보름이다. 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정월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로서 복을 불러들이고 그 해 전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달이었다. 게다가 정월 중에서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신성하게 여겨졌다.

농사를 짓고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달의 크기에 따라 시간을 예측하여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달의 변화에 아주 민감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정월대보름 음식의 유래와 의미를 찾아봤다.

◆ 오곡밥에는 어떤 유래가?

정월대보름에는 전통적으로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기고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해왔다. 최근 도심에서는 전통 풍속은 거의 사라졌지만, 가정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정월 대보름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정월대보름에는 약밥, 오곡밥, 묵은 나물을 먹었다. 약밥은 찹쌀을 쪄서 대추, 밤, 잣, 참기름, 꿀 간장 등 여러 재료를 섞어 쪄서 익힌 것으로 특색 있고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다.

옛날에는 잣이나 대추, 밤 등은 서민들이 구하기 힘든 재료여서 약밥 대신 오곡밥을 지어먹었다. 이 약밥은 대보름의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먹는 음식이다.

오곡밥은 차조, 찹쌀, 팥, 수수,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짓는다. 보름에 먹는다고 해서 ‘보름밥’이라고도 불리는 오곡밥은 한 해 동안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며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해 건강을 지키려고 했던 조상들의 지혜도 담겨 있다.

사진제공=해외문화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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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에 지어먹는 오곡밥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숨어있다.

고려 시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따르면 정월대보름에 까마귀가 날아와 신라 21대 소지왕에게 편지를 떨어뜨렸다.

편지에는 ‘가야금 상자를 활로 쏘라’고 적혀있었고, 소지왕이 활로 상자를 쏘았더니 몰래 바람을 피우며 역모를 꾀했던 왕비와 한 신하가 놀라며 나왔다.

이들은 사형에 처해졌고, 이후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구한 까마귀에 대한 보답으로 정월대보름을 까마귀를 기리는 ‘오기일’로 선포했다. 이 날에는 온 나라가 까마귀를 닮은 검은색 찹쌀밥을 지어먹게 됐고, 이 풍습이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오곡밥과 함께 먹는 나물은 대부분 호박, 가지, 버섯, 고사리, 시래기 등과 같은 것을 말려 저장해 두었다가 물에 불려 데쳐서 무쳐 먹는다.

대보름날 묵은 나물을 먹으면 1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또 겨울철 싱싱한 채소를 구하지 못했던 시절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 부럼과 귀밝이술도 빼놓을 수 없죠

또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을 깨물어야 한다. 부럼은 피부질환을 가리키는 ‘부스럼’에서 유래된 말로, 딱딱한 견과류인 땅콩, 호두, 밤 등을 가리킨다. 정월대보름 아침에는 밤, 호두, 땅콩 등 견과류를 깨물어서 이를 튼튼하게 하고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건강을 기원했다.

정월대보름에 먹어야 할 음식으로 귀밝이술도 있다. 데우지 않은 청주를 침 식사 전 마시면 눈이 맑아지고 귀가 밝아져 한 해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여겼다. 이명주, 명이주, 청이주, 치롱주, 층이주 등이 귀밝이술이다.

아침 공복에 차가운 술 한 잔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귀와 눈에까지 기혈이 잘 뻗어 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선조들의 슬기로운 지혜라고 할 수 있다.

◆ 전통놀이하며 소원 빌자

대표적인 전통놀이에는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가 있다.

정월 대보름날 저녁이면 마을 곳곳에 나뭇가지와 생솔가지 등을 쌓아놓는데, 이것을 달집이라고 한다. 예부터 달은 물과 여성을 의미하며 농경사회에서는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했다. 이런 상징성 있는 달빛 아래에서 달집을 태우며 액운을 쫓고 풍년과 건강을 기원했다.

달집태우기와 함께 쥐불놀이도 대표적인 정월대보름 전통놀이다. 끈을 단 깡통에 짚과 불을 담아 큰 원을 그리다가 멀리 던져 논밭에 불이며 잡초와 해충을 죽이는 풍습이다. 최근에는 화재 등의 위험이 커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외에도 고싸움, 차전놀이, 연날리기, 줄다리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와 더위팔기 풍습이 정월대보름에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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