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2.19 화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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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문정훈 교수 “미래농업 ‘가치’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생산자 중심 → 소비자 중심 농정으로 바꿔라

[홍미경 기자] “미래 농업은 신토불이(身土不二), 약식동원(藥食同源)에만 의존하던 전근대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음식의 건강(효능. 효과) 부분 즉, 기능적 부분을 뛰오 넘어 가치를 발굴하고 끌어올려 전달해야 합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는 업계에서 미래 먹거리 전도사이면서 식문화 개혁을 위해 앞장서는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10년 카이스트(경영과학대)를 떠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로 이전, 푸드 비즈니스 랩을 설립(2011년)했다.

이곳에서는 그는 신토불이 국산 농산물만을 강조하는 마케팅에서 탈피해 푸드와 농업, 경영학을 접목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국산 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고취시키는 것이야말로 한국 농업의 미래비전이며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올바로 전달하는 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에 있는 문정훈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 식문화 혁명과 미래 농업의 가치 부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을 강조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A. 음식을 한국에서는 유독 건강과 접목시킨다. 음식은 내 몸에 들어가 신체 일부가 되는 것이니 중요한 요인일 수밖에 없지만 음식에 대한 효능을 강조하면 효능 이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또 효능은 한계점이 있으며 그 한계점에 부딪히게 되면 더 이상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가격 경쟁밖에 남지 않는다. 신토불이에 의존하는 것 아니면 싼 농산물 경쟁으로 인한 과열, 이것이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은 각종 SNS를 통해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고,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를 통해질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게 된다. 더이상 ‘국산 농산물이 좋다’는 식의 애국심에 기대는 마케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상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고품질의 먹거리를 원하는 트렌드는 이미 시작됐다. 그 이상이 필요한가.


A. 농산물은 저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비싸더라도 질 좋은 먹거리를 찾는다. 커피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커피 시장은 과거 90% 이상이 동서식품의 맥심이 차지했다.

이것을 일상재(commodity)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커피 시장이 커지고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골라 마시게 되면서 커피는 더이상 일상재가 아니게 됐다. 내 입맛 또는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먹는 까다로운 커피 감성이 생겨났고, 이 새로운 식문화가 시장을 확장시킨 것이다.
 
식품은 더이상 일상재에 머물러서 안된다. 쌀을 선택할 때 가격으로만 소비를 결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입맛 또는 영양 그리고 요리 포인트에 맞는 품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트렌드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품종별 가격 차이를 받아들 일 수 있도록 품종을 다양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 농업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볼까? 홍성의 한 농가에서 마을 기업을 꾸려 돼지를 키운다. 이곳은 고령화가 심각해, 노인들뿐이다.

이 노인들이 돼지를 일일이 돌보지 못하니 마을 뒷 동산에 놓아 키운다. 요즘 말하는 자연 방목 방식으로 키우는 셈이다. 이렇게 자란 돼지들은 다른 축산농가의 돼지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여기에 농가 마을기업을 지원하고, 노인들을 지원하는 돼지고기라는 감성 스토리가 덧입혀지면 제품은 단숨에 그 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소비자들은 이런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수요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문화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우리 연구소에서 하는 일이고 이제 막 그 포문을 열었다.
 
Q. ‘가치’ 부여는 농업경제신문들에게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될 것 같다.

A. 맞다. 기존 농민들과 경쟁에서 우선순위에 서려면 자신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 어떤 작목과 전략을 가지고 뛰어드느냐가 앞으로 귀농 성공요건이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뒤집어 생각해 보자. 도시에 있는 사람들을 왜 귀농을 시켜야 하는지를 짚어보자. 낙후된 농촌, 노령화된 농민들의 역동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귀농귀촌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역으로 귀농귀촌을 와야 하는지 그 타당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지리적 표시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와인이다.

때문에 와인을 생산하는데 보르도 와인이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하다. 같은 와인을 생산하더라도 보르도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즉 ‘와인을 생산하고 싶다면 보르도로 와라’가 성립된다. 
 
우리나라 농산물, 임산물, 어업물은 모두 150여 개 정도가 있는데 아주 일부만이 지리적 표시제에 해당된다.

‘산 좋고 물 좋은 농촌으로 오라’는 문구는 너무 시대 흐름에 떨어진다.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을 가진 고장,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임을 알리는 지리적 표시제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귀농귀촌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Q. 지리적 표시제로 성공한 지역이 있는가?


영광의 모싯잎송편이 지난 5월 떡류 최초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받았다. 영광하면 굴비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현재 영광을 이끄는 경제의 중심축은 모싯잎 송편이다.

모싯잎 송편의 성공 스토리는 각종 언론을 통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성공 스토리가 아닌 농업 클러스터(Cluster)화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리적 표시제의 활성화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송편 산업이 성장하니 모싯잎을 비롯해 쌀, 동부콩 등의 영광 농산물의 재배가 확산됐다. 또 관련 기계 제조업이 생기고, 냉동창고 등 시설 산업까지 발전했다.

지역 농식품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써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가 완성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귀농을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지차체에게는 특화된 농산물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의 할 일이 될 것이다.
 
Q. ‘지리적 표시제’만이 농업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A. 맞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영광 모싯잎을 지금의 송편뿐만 아니라 보다 확장성을 가진 식품으로 홍보 마케팅 할 수 있는지 시도해하고 있다.

즉 ‘왜 꼭 영광 모싯잎이어야 하는가’ 부분이다. 모싯잎은 영광만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모싯잎 송편은 다양한 브랜드를 달고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시 가격 경쟁으로 돌아가게 되고 농민들이 서로를 갉아먹는 형태가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언론과 셰프, 바이어가 모여 송편을 구성하는 핵심인 모싯잎이랑 동부콩을 해체해 재구성해 봤다. 주스를 만들고, 동부콩 퓌레를 만들어 선보였다. 이렇게 연구한 新 메뉴를 팝업 레스토랑에서 소개했다.

지역에서 농민들이 직접 나서기 보다 언론, 셰프, 바이어가 뭉쳤다. 모싯잎과 동부콩 등 재료를 가지고 고급진 새로운 메뉴를 소개함으로써 거부감을 줄였다. 맛에 대한 반응도 좋아서 영광 모싯잎과 동부콩의 특성을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송편도 좋지만 그 이상의 제품화 가능성까지 입증한 셈이다.
 
Q. 건강한 먹거리, 새로운 식문화 창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셰프, 프랜차이즈 기업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그들이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미슐랭(미쉐린)에 등재된 식당 70-80 곳이 된다. 그곳에 우리 농산물의 특성을 살려 음식이 만들어지면 우리 농업은 달라질 수 있다. 감자만 봐도 감자 품종을 모르고 먹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쪄 먹는용, 구워 먹는 용, 튀겨 먹는 용도에 따라 품종이 달라진다. 감자를 비롯한 식재료가 일상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에게 품종 바꾸라는 요구보다는 세프, 식당, 외식업체, 기업들이 수요를 만들어 내면 농업인들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농식품부 역시 생산자 중심 농정에서 소비자 중심의 농정으로 바꾸는 시도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농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S 대기업이 강원도 고성에 첨단 유리온실을 만들고 청년 5백~1천 명씩 고용해서 농사짓게 하면 어떨까 싶다.


홍미경  liz4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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