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2020년부터 올해까지 가입자 청구 없었던 보험금 7400억원
미지급 많은 보험사는 메리츠화재·KB손보...보험료 받고 보장 안한 곳 MG손보·흥국화재 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금감원이 보험사 지급 약속 어긴 보험사를 강력히 처벌해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고객이 지난 3년간 7400억원 가량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고객이 지난 3년간 7400억원 가량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농업경제신문 조혜승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고객이 지난 3년간 7400억원 가량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보험회사만 배를 불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어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요구하는 실손 가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중이다. 

실손 가입자가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이 지난 3년간 무려 7400억원에 달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금 통계와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 현황, 보험금 청구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37조5700억원인데, 실제 지급보험금은 36조8300억원만 지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클릭 몇 번으로 청구가 됐다면 실손 가입자가 받아 갈 7400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기준 3977만명에 달한다.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며 20년 이상 민간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13조55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지급 보험금은 13조2600억원에 그쳤다. 이 역시 전산 청구가 됐다면 실손 가입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860억원이다. 실손보험 지급가능액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실손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최대로 증가하게 됐을 경우를 가정한 지급 보험금 추정치를 말한다. 

실손보험 지급가능금액은 지난 2020년 11조3400만원, 2021년 12조6800만원, 2022년 13조5500만원으로 윤 의원은 추정했다. 이 중 보험사가 실제 지급한 보험금을 빼면 각각 2270억원, 2860억원이다. 지급되지 않는 실손보험금 규모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미지급 가장 많은 메리츠화재...보험료 받고 보장해주지 않은 MG손해보험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시민단체에서 제기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3월부터 9월 15일까지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실소연)에 접수된 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250건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상위 10개사는 평균 22.9건의 실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실소연에 접수된 미지급 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보험사는 메리츠화재로 총 48건의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KB손해보험이 33건, DB손해보험이 28건, 한화손해보험이 23건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더 큰 문제는 같은 보험료를 받고도 실제로 가장 보장해주지 않는 보험사다. 지난해 말 기준 MG손해보험(6.0건)이었다. 이는 수입보험료 1조원당 실소연에 접수된 보험금 미지급 사례를 뜻한다. 흥국화재는 5.9건, 메리츠화재 4.8건, 한화손해보험 3.9건, 롯데손해보험 2.9건, KB손해보험 2.5건으로 이들 보험사는 상위 10개사의 평균인 1.8건보다 높았다.   

이러한 수치는 실소연에 접수된 것만 나온 것으로 실제 미지급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금감원이 보험사 지급 약속 어긴 보험사를 강력히 처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보험은 위험으로부터 가입자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며 "가입자에게 보험료만 가져가고 정작 필요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보험이라고 할 수 없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사기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사는 보험계약에 따라 가입자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에서도 부당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의 권리구제에 힘쓰고 특히 금감원은 약속을 어긴 보험사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소액이거나 청구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일부 금액을 미청구하고 있다. 지난해 손해보험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944만4000건 중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000건으로 0.1%에 그쳤다. 종이 서류전달, 서류 촬영 후 전송 등 청구가 압도적이다.

비급여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진료받은 영수증, 진단서, 진료세부내역서 등을 종이로 받고 보험사 애플리케이션 등에 서류를 직접 보내야 하고 심사를 거쳐야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탓에 소액이나 바쁜 생활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실손보험 간편 청구제는 실손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전자 문서 형태로 전송하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등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78.6%에 달했다.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 관련 법안은 그동안 꾸준히 발의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09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권고했고 금융위원회 등에서 2015년 실손보험 간편 청구제를 추진했다.

특히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지난 5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담긴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한 6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올해 14년째 국회서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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