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 "농협 임직원 횡령 대책 있나?"...이성희 "감사를 디지털화해 즉시 발견"
옵티머스 관계자 정영채 NH대표 징계 대신 연임...손병환 대표 "임추위에서...송구"
부적격 대출 40%가 농협 사유...이 회장 "보완해 재발방지시스템 마련"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업경제신문 조혜승 기자] 올해 창립 61주년을 맞이한 농협이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받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가 횡령 등 부정비리, 부적격대출, 수천억 회사에 손실을 끼친 옵티머스 관계자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질문했다.

농협 측은 임직원 횡령 사건에는 확실히 반성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정 대표 연임에는 '징계 하겠다'는 확실한 답변이 없었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농협손해보험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우성태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대표, 권준학 농협은행장, 최문섭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국회와 달리 칸막이가 없어 마스크를 쓰고 진행됐다. 기자들은 국감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홍문표 "농협 임직원 횡령 대책 있나?"...이성희 "감사를 디지털화해 즉시 발견"

횡령 등 금융사고를 추궁하는 여러 의원들의 질의가 잇따랐다. 횡령 질문은 국감에서 단골 소재였다. 이 회장을 비롯해 손 대표는 금융사고 대책에 대한 질문에 반성하는 태도를 취했다. 

홍문표 국민의힘(충남 홍성군예산군) 의원은 "농협 임직원들의 횡령 등 부정비리 피해가 5년동안 1002억원 정도 발생했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은 "해마다 사고 유형별 여러 대책을 만들고 있는데 자꾸 신종 범죄가 일어나 못 따라가고 있다"며 "앞으로 감사를 디지털화해 즉시 발견될 수 있는 체제로 갖추겠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이 돈은 농민과 국민의 피와 땀이 있는 돈이고 농협에 신뢰를 갖고 돈을 맡겼는데 임직원 비리로 1000억원 이상 손해를 보면 국민 불신이 여기서 나온다"며 “360억원 정도 국민이 손해본다고 한다. 여러분들 월급에서 까는 책임경영을 해야 국민들이 농협에 신뢰를 갖는다. 경영 잘못해 (국민이) 엄청난 피해를 보는데 그냥 넘어가면 농협다운 것이 아니다"고 되물었다. 이 회장은 답변할 시간이 없이 다음 질의로 넘어갔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농,축협 횡령사고가 2017년 24억에서 올해 288억원까지 늘었다. 건수는 유사한데 금액이 커져 횡령이 대범해지는 것 아닌가 한다. A농협은 구매품 구입 90억원, 출납담당자가 52억원을 횡령했고 회수 금액이 낮다. 횡령사고 근절 대책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 회장은 "사건 사고에 관리 지침은 다 있는데 거액 사고건에 대해 관리 징계에 한계가 있다. 관리 지침이나 징계 지침을 새로 만들어 대부분 완성됐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환기 시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조합장들에게 조금만 신경쓰면 이런 일 안벌어진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챙겨보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사건 사고 회수 단계가 증권, 가상화폐 등으로 젊은이들이 일확천금 노리는 것 같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즉시 참모들에게 "지금 (관리 징계 지침) 다 만들었지?"라며 다시 다시 물어보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수시갑)은 "지난해 발생한 시중 5대 은행 금융사고에서 농협이 115억원 중 67억원을 차지한다. 사고금액이 상당히 많다. 농협은행 내부 자정 통제에 문제 있는 거 아닌가"라고 따졌다.

손영환 대표는 "지주 차원에서 심각성을 인식한다. 지난해 9월 이후 금융사고협의회를 구성했고 빈발 사례에 대해 특별점검을 시행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상호금융대표 또한 "전체적인 업무 모니터링했고 발굴해 조치하겠다.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들었다.

농협 임직원이 최근 6년간 저지른 횡령, 배임, 금품수수 등으로 인한 피해액이 608억원에 달했다. 이날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강원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범농협 전체에서 임직원에 의해 발생한 횡령 등 사고는 총 245건이었다. 피해액 608억원 중 274억원이 회수되지 못했다. 

농축협에서 212건의 횡령, 배임 등이,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에서 각각 22건과 11건이 발생했다. 범죄 종류는 시재금이나 고객예택금 등 고객 돈을 빼돌린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임직원이 주식, 코인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는 범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기관 전체 횡령 사고의 27%가 농협에서 발생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이 의원 지적이다.

◇옵티머스 관계자 정영채 NH대표 징계 대신 연임...손 대표 "임추위에서...송구"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로 불리는 '옵티머스 사태'. 이 사건은 NH투자증권이 판매규모 1조2000억원의 84%를 팔아 수천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안겼던 일이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태 관련 관련자 18명에 대해 경징계를 내렸고 수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이사가 이날 국감장에서 언급됐다. 정 대표는 기본금 12억5000만원에 성과급 24억3500만원 등 3년간 총 40억원을 지급받았다. 금융감독원 외, 자체 진상조사나 농협중앙회의 감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철현 의원은 "옵티머스 직원들 징계 받았나"라고 물었다. 손 대표는 "18명 징계 받았다. 나머지 6명은 징계사유 부적합이 법원에서 인용돼 소송 절차 다시 이어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주 의원은 "지난 3월 정영채 대표 다시 연임됐다. 어떻게 가능하나?"라고 묻자, 손 대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정 대표가 부임됐다”고 답했다. 징계 당사자가 대표에 연임된 일에 주 의원은 열을 올렸다.

주 의원은 "이런 일이 반복되니 하급직원들 (횡령) 징계하고 최고 책임자는 연임하고 금융사고가 생기는 게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손 대표는 "개연성이 있으나 징계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주 의원은 "회사에 손해 끼친 대표를 연임시키나? 있을 수 있나? 징계직원 구상절차는 이뤄지는가?"라고 되묻자, 손 대표는 "해당 부분 금액을 보상하도록 하지만 구상권 행사할 정도로 직원들 행위가 뚜렷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있다"고 받아쳤다.

주 의원은 "결과적으로 몇 천억 손해를 회사가 입었으면 누군가는 책임 져야지요"라고 추궁했고 손 대표는 "그렇다"고 시인했다.

주 의원은 "금융사고를 보면 농협이 5대 금융회사로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지 미래가 걱정스럽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히 갖추고 사고가 나면 신상필벌하고 손해액을 회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성희 회장은 "잘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적격 대출 40%가 농협 사유...이 회장 "보완해 재발방지시스템 마련"

농협이 지난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농업정책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조건에 맞지 않게 대출한 액수가 1000억원이 넘어, 부적격대출 이유가 무엇인지 도마에 올라왔다.

정희용 의원은 "부적격 대출의 40%가 심사오류 등 농협 사유다. 왜 부적격 사유가 발생하나"라고 물었다.

이 회장은 "심사시스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종합적으로 보완해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해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농협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간 부적격 대출 건수는 3329건, 금액은 1073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유는 영농 포기, 부도, 용도 유용, 채무자 귀책이 2013건으로 60.5%를 차지했다. 심사오류, 지침위반 등 농협 귀책이 1312건(39.4%), 대상자 선정오류 등 행정기관 귀책이 4건(0.1%)였다. 이에 농협의 대출 심사 부실과 관리 소홀에 따라 발생한 비중이 상당해 대출 담당자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전 10시부터 농협중앙회에서 시작돼 오후 6시가 넘도록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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