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 적기 놓쳐 응애 급속 확산...방제제 과다 사용해 꿀벌 면역력 약화
정부, 농축산경영자금 지원 및 꿀벌응애·질병 방제 약품 지원 서둘러
'월동 꿀벌 피해 대책반' 구성... 월동 꿀벌 폐사 등 대응 방안 지속 전파

시설 딸기 하우스에서 꿀벌의 화분 매개 활동. 사진=농촌진흥청
시설 딸기 하우스에서 꿀벌의 화분 매개 활동. 사진=농촌진흥청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동절기 월동꿀벌 피해를 최소화 해 올해 초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피해농가의 봄철 봉군 조기 회복을 위한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양봉협회 조사 결과 올해 초 동절기 월동 중 피해를 입은 꿀벌은 약 269만 봉군 중 약 40만 봉군(80억 마리)으로 조사됐다.

◇ 방제 적기 놓쳐 응애 급속 확산 및 동일 방제제 지속 사용해 내성 생겨

농촌진흥청·농림축산검역본부·지자체 등 관계기관 합동 조사 결과 꿀벌의 피해원인을 2021년 봄철 작황부진으로 꿀벌의 활동량과 먹이가 부족해 면역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응애와 말벌 등에 의해 꿀벌이 폐사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응애는 꿀벌 애벌레와 성충에게 직접 피해를 주고, 각종 질병과 바이러스를 매개해 양봉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해충이다.

정부는 올해 봄 채밀기(4~5월)에 좋은 기후가 계속되고 밀원수 작황이 좋아 상반기까지는 벌꿀 생산이 평년보다 15% 증가했고, 꿀벌 번식도 양호해 지난 겨울철 피해를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많은 양봉농가에서 벌꿀, 로열젤리 등의 양봉산물을 8월까지 생산하면서 응애 방제 적기인 7월에 방제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응애가 급속히 확산돼 피해가 발생했다. 또 늘어난 응애를 방제하기 위해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함에 따라 꿀벌 면역력이 약화되고, 폐사하는 현상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또 농가들이 응애 방제를 위해 수년간 플루발리네이트의 방제제를 지속 사용해 방제제 내성이 발생했고, 11월 기준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전국에 확산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11월 전북 부안군 한 양봉농가는 벌통 300군 중 280군이 폐사하는 사례도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겨울철에도 꿀벌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응애의 방제 적기를 놓쳐 응애가 급속 확산됐으며 동일 방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내성 생겼다고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
정부는 응애의 방제 적기를 놓쳐 응애가 급속 확산됐으며 동일 방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내성 생겼다고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

◇ 농축산경영자금, 꿀벌응애·질병 방제 약품 지원

농식품부는 올해 초에 발생한 꿀벌 폐사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게 생산기반 복구와 경영안정을 위해 농축산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추가 피해방지를 위해 52억원을 투입해 꿀벌응애와 꿀벌질병 방제 약품을 지원했다.

또 꿀벌 폐사 현상의 원인 규명과 피해 재발 예방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생산자단체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4월부터 현장을 점검해 왔다.

농촌진흥청·생산자단체는 34개 시군 1594개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응애 적기방제와 적정 방제방법, 월동꿀벌 사양관리 방법 등을 교육하고, 피해농가에는 컨설팅을 진행했다.

8월부터 방제제 내성 응애 피해 등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지원 약품 선정 시 동일한 방제제를 선정하지 못하도록 개선했다.

이어 △다른 성분의 방제제 교차 사용 △숫벌방을 통한 꿀벌응애 유인·방제, △다양한 성분의 방제제를 소량 투입 후 방제 효과가 뛰어난 방제제 사용 등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 방제요령을 농가에 재차 전파·교육했다.

◇ '월동 꿀벌 피해 대책반' 구성, 꿀벌 폐사 대응

농식품부는 월동에 들어간 봉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내년 봄철 꿀벌이 원활히 번식되도록 중점을 둘 계획이다.

월동 봉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꿀벌이 월동에 들어간 농가를 대상으로 벌통의 일정 이하 온도 유지, 충분한 먹이 급여 등 적정 관리방법을 집중 교육해 월동기 폐사를 최소화한다. 

상대적으로 기후가 따뜻해 여왕벌이 산란·번식이 가능한 제주와 남부해안 지역에서는 가온판 설치, 온실 활용 사육 등을 통해 봉군 세력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 봄철 타 지역으로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양봉협회를 통해 우수 양봉농가의 관리 사례도 발굴해 관리 요령을 농가에 적극적으로 전파해나갈 계획이다.

농식품부와 각 시도, 시군구에 ‘월동 꿀벌 피해 대책반’을 구성해 정상적으로 월동에 들어간 양봉 농가의 피해 발생 여부, 여왕벌 산란 여부 등 이상 발생 상황을 예찰하고, 응애 피해와 월동 꿀벌 폐사 등에 대한 대응 방안도 지속적으로 전파할 계획이다.

벌통 내 온습도 등 환경조건 변화를 실시간 확인해 이상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가 시범 보급될 수 있도록 농가에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전국 양봉농가에 방제제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월동이 끝나는 내년 3월 이후부터는 농축산경영자금을 양봉농가에 우선적으로 지원해 보유 봉군의 확대와 봉군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상봉군 사육 농장 정보 등에 대해서도 양봉농협, 양봉협회 등을 통해 농가에 제공함으로써 피해회복에도 주력해 나간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월동 봉군 유지·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월동피해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선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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