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마을공동체 '산새마을' 탐방

[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서울 용산아트홀 강의실에서 9월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용산구 마을공동체 아카데미가 진행됐다.

마을공동체 아카데미란, 많은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사업에 쉽게 참여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이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도 함께 듣는 교육이어서 마을공동체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마을공동체 사업 진행이 가능해 지는 장점이 있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마을공동체 안에서 민관이 만나는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오가는 구청이라도 아는 얼굴을 만나면 말 한마디, 눈웃음이라도 더 오고가는 법이니까.

▲용산구아트홀강의실에모여마을탐방을기다리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용산구아트홀강의실에모여마을탐방을기다리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 ‘골로 간다’의 유래가 된 산새마을

총 3일간 진행된 마을교육 일정 가운데 이튿날은 마을탐방으로 진행됐다. 마을공동체 우수사례지를 탐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과정을 배우고, 주민의 등장과 이를 위한 마을리더의 역할은 무엇인지 깨닫는 마을공동체 교육의 필수 과정이다.

용산구 마을공동체 아카데미 예비 마을 리더 20여명이 찾은 곳은 은평구 산새마을! 물론 신사2동으로 전입신고를 한다고 해도 주민등록증에 산새마을 주민이라고 적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을과 한 몸으로 우뚝 솟아있는 봉산에 도심답지 않게 산새들이 많아서 주민들이 직접 지은 정감있는 마을 이름이다.

▲입구에서서최복순산새마을대표의설명을듣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입구에서서최복순산새마을대표의설명을듣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골로 간다’는 속어를 만들어낸 옛 지명 '고택골'은 산새마을이 예전에는 공동묘지였다는 것을 잘 나타내 준다.

1968년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시작으로 80~90년대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었고, 2008년엔 5만여 명이 거주하는 서울 서쪽을 담당하는 주거지가 되었다. 그러나 2005년 불어 닥친 재개발 광풍으로 사업성이 있는 동네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사업성이 없는 동네는 노후 주거지로 남겨졌다.

마치 편 가르기처럼 신사2동 237번지 일대는 30년 동안 쌓인 쓰레기 더미와 함께 재개발도 안 되는, 아무 것도 하기 힘든 동네로 불리게 됐다.

▲산새마을의마을지도벽화에대한설명을듣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산새마을의마을지도벽화에대한설명을듣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 변화의 시작은 주민들의 힘

그러던 2011년 산새마을에 파랑새가 한 마리 날아오게 된다. 아니, 파랑 두꺼비라고 불러야 할까?

신사2동 8통과 9동, 7동 일부가 두꺼비하우징 시범사업 마을에 선정이 된 것이다.

두꺼비하우징 사업은 사회적 기업을 통해 주택 개보수와 마을 기반시설 확충을 돕는 사업이다. 물리적인 재생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재생을 통한 주민들의 정주권을 확보하고, 와해된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이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쓰고 몸을 움직여야하는 것은 거주민들이다. 어떤 마을공동체도 없던 산새마을이었지만 최복순 대표가 이집저집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몇몇의 주민들은 30년 동안 쓰레기장으로 방치되어온 마을공터(옛 개 도살장)를 청소하기로 한다. 그 속에 있었을 어려움을 짧은 지면에 다 싣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발성을 의심한 몇몇 주민들이 구청에서 돈을 받고 한다든지, 공터를 차지하려한다든지 같은 유언비어를 퍼트린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을 되살려보겠다고 스스로 모인 주민들의 힘은 그 정도 낭설로 꺾일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청소는 단순히 쓰레기 봉지 몇 장 들고 땅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수준이 아니었다. 3주 만에 25톤에 가까운 쓰레기가 나왔다. 구청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을 보자 쓰레기차를 지원하면서 힘을 보탰다.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왔다. 결국 4개월이라는 대장정 끝에 쓰레기산이었던 마을공터는 마을텃밭이 되어 주민들의 심적인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쓰레기장에서마을텃밭으로변한공터를살펴보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쓰레기장에서마을텃밭으로변한공터를살펴보는수강생들(사진=안중훈마을기자)

♦ 마을 주민들이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지!

▲산새마을마을회관앞에서있는배너(사진=안중훈마을기자)
▲산새마을마을회관앞에서있는배너(사진=안중훈마을기자)

주민들의 역량으로 재개발이 아닌 재생을 한 산새마을은 2013년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에 선정되기까지 한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주민들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토대로 주민편의시설 확충 및 마을길 경관 창출을 위해 도로, 조경, 공공시설물 및 민간부문의 지원을 통해 살기 좋은 마을환경을 조성하는데 목적을 둔 사업이다.

주민들의 관계망을 갖게 된 산새마을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하나둘 마을에 필요한 것을 만들기 시작한다.

공용주차장과 마을사랑방, 취약계층 집수리 등 투기를 위한 개발이 아닌 사람을 위한 변화가 여기저기 생겨났다.

마을사랑방을 운영하고자 수세미와 천연비누를 제작해 판매했고 마을탐방 프로그램도 만들기 시작했다. 용산구청 마을 아카데미에서 이런 산새마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도 마을탐방 프로그램과 도슨트로 활동해주시는 최복순 대표를 비롯한 주민공동체운영위원회 회원들 덕분이다.

▲산새마을의공용주차장(사진=안중훈마을기자)
▲산새마을의공용주차장(사진=안중훈마을기자)

공영주차장이 생겨나면서 주차장으로 변하던 좁은 길들이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삭막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 사라지고 담벼락도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100대라는 수용공간을 쉽사리 초과해 걱정이다. 가이드로 나선 최복순 대표는 길 곳곳마다 있는 CCTV와 깔끔하게 수리가 된 보안등을 보여주며 산새마을이 방범에도 뛰어나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았다.

또 2012년 산새마을 지킴이가 출범해 저녁마다 순찰을 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30여명이나 되는 방범대원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활동하는 꼬마 방범대원도 있어 희망의 씨앗을 볼 수 있었다.

▲산새마을의아름다운마을벽화(사진=안중훈마을기자)
▲산새마을의아름다운마을벽화(사진=안중훈마을기자)

이처럼 산새마을엔 자발적인 활동들이 자연스러운 참여형태로 자리잡고 있었다. 원하는 집에만 그려져 있는 벽화는 오롯이 동네 미술학원 원장님의 실력발휘 덕분이었다.

또한 산새학당은 재능 있는 주민들이 모여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장터로 진행된다. 최근엔 노래교실 강사를 초대해 <청춘 노래교실>을 열기도 했다.

최복순 대표는 주민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산새마을을 재생시킨 힘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쌈닭'이라고 부르며 이젠 주민들 간의 불화나 논쟁을 해결하는 데 전문가가 됐다는 그녀. 새로운 총무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주민공동체운영위원회에서 가장 막내였다는 그다.

하지만 에너지가 넘쳐보이고 마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처음엔 어떤 형태도 없었기에 거수를 통해 대표가 되었다. 그러나 그걸 문제 삼는 주민들이 있었기에 정식으로 서류를 만들고 투표를 통해 다시 대표로 선출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아닌 마음의 여유와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일까.

처음엔 마을탐방이 처음이라 미심쩍어했던 몇몇 용산구 마을공동체 아카데미 수강생들도 산새마을 탐방이 끝나자 하나 같이 오길 잘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른 동네로 돌아가서 주민들과 함께 여러가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시켜보고 싶다고 희망 찬 소감을 전했다.

산새들과 어울려 정답게 살아가는 산새마을. 이 탐방을 끝내고 돌아가는 수강생들로 용산구에는 또다른 어떤 특색 있는 마을이 생겨날지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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