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곤충산업 ’20년 5000억원 규모로 육성
곤충식품 혐오감 낮추면 성장가능성 ‘무한대’

[농업경제신문=주대진 전문기자] 곤충산업이 미래 농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곤충산업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약 3000억원인 곤충산업 시장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약 1.7배 정도로 확대하고, ‘15말 기준 724농가인 곤충사육농가는 2020년까지 1200농가로 약 1.65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우수 종충 보급체계 등 사육기반 조성, 식용·사료용 제품개발 R&D 확대, 온오프라인 소비채널 확보를 통한 적극적 수요 창출 등을 통해 곤충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마련하고, 생산과 소비ㆍ유통체계 고도화, 규제개선 및 인력육성 등 산업 생태계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곤충이 식품원료로 인정되는 등 일반 소비자, 예비 농업인, 청년 창업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곤충자원은 용도의 확장에 따라 지속적 시장성장이 예상되면서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영양·경제·환경, 일석삼조 효과

이미 미국 샌프란시스코 8곳을 비롯해 네덜란드 하렘 4곳, 영국 런던 등 전세계 19개 도시에서 식용 곤충 판매전용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에 식용곤충 전용 레스토랑을 여는 등 세계적으로 곤충식품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세계적으로 식용 곤충을 섭취하는 인구가 19억명에 달하며, 약 2000여종이 먹거리로 쓰일만큼 이미 활성화 돼 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10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곤충식품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곤충이 식품원료로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양학적 완성도다. 식용곤충은 단백질, 무기질,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새로운 영양 공급원으로 사육농가에게는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식용 곤충은 고품질의 단백질, 비타민, 아미노산 등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 100g과 동일증량의 벼메뚜기의 영양소를 비교결과 메뚜기의 단백질 함량이 3배나 높다.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황재삼 연구관은 “곤충은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칼슘 등이 풍부해 영양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UN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식용 곤충을 미래의 슈퍼푸드로 분류했다. FAO에 따르면, 현재 식용 가능한 곤충의 수는 약 1400종으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곤충의 수는 수천마리가 넘는다. 현재 식용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곤충은 메뚜기, 귀뚜라미, 개미, 누에 등이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뉴 뉴트리션 비지니스’(New Nutrition Business) 보고서에 따르면, 식용 곤충산업은 향후 5년 내 3억6000만불 이상의 가치를 지닐 전망이다. 특히 곤충은 기존의 육류에 비해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인 식품원료다. 좁은 공간에서 키울 수 있고 일반 가축이 섭취하는 사료보다 적은 양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 크게 보면 사료용 작물제배 면적도 줄일 수 있다.

소 한 마리를 키울 때엔 1년 반 이상이 걸리지만 곤충은 70~80일이면 출하가 된다. 누에의 경우 불과 20여일 만에 출하가 가능하다. 곤충은 적게 먹고 적게 마신다. 소의 단백질 1kg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수분이 1만5400리터인데 반해 곤충은 가장 많아봐야 2800리터 정도이다. 소, 돼지, 닭을 키울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적다. 가축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없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가축에 비해 아주 적다.

대기업, 곤충식품 시장 선점 나서

식용곤충이 새로운 단백질 영양 공급원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사육농가 육성과 식품화 R&D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0년까지 곤충산업 육성으로 연간 5천억 원 시장과 사육농가 1200개가 목표다.

농식품부의 전망에 따르면 이중 식용곤충 시장 규모는 현재 100억원 대 미만으로 미미하지만 2020년 약 1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곤충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이 사라지면 시장 규모는 무한대로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J제일제당이나 대상 등 주요기업들 역시 시장 선점효과를 위해 연구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국곤충산업협회,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건국대의 협업으로 곤충요리 전문점이 개업하고 곤충식품 벤처기업들도 창업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는 지난 3월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식용곤충 공동연구 MOU를 체결했다. CJ는 이를 통해 국내 대표적 식품대기업으로 식용곤충연구활동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곧바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상그룹은 최근 식용곤충식 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 제품을 선보였다. 대상그룹 계열사 정풍은 한국식용곤충연구소(KEIL)와 함께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에서 추출한 단백질 농축액을 넣은 레토르트 스프를 개발했다. 정풍은 대상의 가정간편식(HMR)과 레토르트, 소스류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 회사가 식용곤충으로 만든 첫 제품은 ‘고소애 스프’로 고소애 단백질 농축액이 약 5% 들어가 있다. 호박·양송이·콘스프 등 총 3가지 제품이 우선 출시되며 한 농업박람회에서 시제품을 선보인바 있다. 김용욱 식용곤충연구소장은 “식용곤충식을 만들기 위해 과거에는 주로 분말을 사용했지만 식감 등의 문제로 적용분야가 쿠키 등으로 한정돼 액상소스를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환 정풍 영업본부장은 “향후 식용곤충을 원료로 하는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두하고 있는 다음 제품은 파스타 소스다. 우 본부장은 “올리브 오일이 들어가는 ‘알리오 올리오’ 소스 같은 경우 고소애에서 나온 오일을 일부 사용하면 더 풍미가 살아날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곤충에 들어있는 단백질 함유량이 소고기에 비해 높은 만큼, 고단백 영양식이 필요한 환자식도 개발하고 있다. 육류보다 적은 양의 식용곤충으로도 유사한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식에 적당하다.

혐오감 낮추기와 수급 안정이 관건

일부 대기업들이 나서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주요 식품기업들은 관망하는 자세다. 곤충을 먹는 것에 심리적인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곤충식품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동남아 등에서는 튀김 과자 등 가공된 먹거리로 활성화된 문화가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혐오식품으로 분류된다는 지적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곤충은 혐오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제품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곤충 식용화를 연구하는 기업들도 형태를 없애고 맛과 영양만 남기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용욱 대표는 “곤충은 영양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장점을 두루 갖춘 먹거리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소애보다도 먼저 식재료로 허용된 곤충인 ‘벼메뚜기’는 기술 개발이 완료 됐음에도 아직 제품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풍 영업본부 관계자는 “벼메뚜기는 아직 제대로 된 양식 업체가 없어서, 귀할 때는 kg가격이 18만원을 호가할 때도 있다”며 “추출·탈색 과정까지 포함하면 너무 고비용이라 제품화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용욱 소장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해 스마트융복합곤충농장 등 대량 생산체계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곤충 산업 전반의 성숙도는 낮은 편으로 곤충 사육농가의 시설 및 생산규모는 다른 농업에 비해 영세하다.

사육시설의 70%가비닐하우스·판넬 형태이며, 사육규모는 200m2 이하가 절반 이상인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곤충생산 및 유통을 주업으로 하는 종사자들의 연간 매출액은 1000만원 미만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1억원 이상의 고소득 종사자는 9%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만 첨단시스템을 완비한 대량생산시설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곤충을 키우는 최적의 사육공간은 결국 주위 환경(온도와 습도)인만큼 대량으로 키우더라도 이 부분을 관리할 수 있다면 반드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넓은 사육공간을 꾸밀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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