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의 삶을 찾는 과정

지리산 자락을 따라 남원으로 접어들면 충신의 기가 서려 있는 호젓한 고택, 몽심재가 나온다. 고려말 죽산박씨의 시조 송암 박문수의 시에서 몽, 심을 따서 이름을 지은 몽심재(夢心齋)는 조선시대 호남지역 양반 살림집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고택과 함께 대대손손 내려오는 송암 박씨 가문의 장맛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2010년에 귀농한 몽심재 박씨손맛의 박향기 대표를 만나 그의 귀농스토리를 들었다.

“귀농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와 잘할 수 있는 것인 무엇일까를 넓게 생각해야 한다” 박향기 몽심재 박씨손맛 대표 역시 귀농 전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졌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50세 전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3년 동안 고민한 끝에 찾은 곳은 고향인 남원시 수지면. 예로부터 물맛이 좋아 수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물을 이용해서 장을 담그면 어떨까 생각했고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귀농귀촌 예정지의 지리적 특성, 좋아 보이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폭넓게 바라보다가 찾은 아이템이다. 귀농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바로 소득이 나지는 않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귀농하고 나서 농사로 수익을 내기까지 2~3년이 걸리는데 이 시기에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창업자금에 수입이 없는 시기에 필요한 생활비까지 함께 계산해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을 담근다고 돈이 바로 생기지 않았다. 농사의 모순은 여기서 생긴다. 농사 잘 짓는다고 농산물이 비싸게 팔리는 것도 아니다. 농사꾼은 생산에서 판매까지 책임져야 한다.

직접 장을 담갔지만 팔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해야 했고 박 대표가 눈여겨본 것은 스토리텔링이었다. 박 대표는 “똑같은 제품이라도 이야기가 있어야 소통이 된다”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자신의 제품에 담았다”고 그렇게 몽심재 박씨장맛이 탄생했다.

성공의 기준 바꿔야

그는 성공한 귀농인인가에 대해 잣대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도시에서의 성공이라는 단어는 소득, 부로귀결되지만 귀농에서의 성공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농사는 생명을 가꾸는 일이기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

“언론과 방송에서는 귀농해서 성공까지의 모든 시간을 보여주지 않고 성공한 것만 보여준다. 따라서 매스컴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며 모든 도시에서 바라보는 관점, 기준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농하기를 잘했다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긍정의 마인드를 갖고 도시에서의 삶이 싫어서가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삶을 찾기 위해 귀농한 것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가 말하는 ‘성공’의 관점이다.

박 대표는 귀농한다고 다 벼락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골드러시 하듯 내려오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농지 1평에서 얼마의 수익이 발생하니까 자신이 필요한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몇 평이 필요한지를 머릿속에서 계산하는 사람이 많다”며 “도시에서 자기가 받은 연봉과 비교해서 농사규모를 정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농촌은 기회의 땅이 맞다. 하지만 머릿속에서의 사업계획서가 아닌 발로 만들고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지수를 올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기회의땅이 된다고 박 대표는 조언했다.

“귀농하려면 외딴곳이 아닌 마을로 들어와야 한다. 외딴 곳에 있으면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혼자 있다가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며 “마을로 들어오면 굴러온 돌이기에 동네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주민들과 선 긋기를 하는 것은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간섭이 아니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관심을 간섭이라 생각하면 마을 주민과 담이 생기고 멀어지게된다.

끝으로 박 대표는 귀농은 이민과 같다고 강조했다. 말만 같은 한국말을 쓸 뿐이지 사고방식, 생활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혀 새로운 세계로 간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도 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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