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적폐 원흉으로 농협 지목…릴레이 집회 개최

[농업경제신문 연승우 기자] 전국한우협회가 최근 셀프 전관예우 사태로 물의를 빚은 농협을 향해 릴레이 집회를 개최하는 등 적폐청산을 위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설 방침이다. 한우협회가 농협을 정조준한데는 농협 스스로 개혁 의지가 약하고 자정능력 또한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한우협회는 31일 제2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농협 적폐청산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협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조직운영에만 모든 행정을 집중하고 있다”며 “농가이익과 배치되는 의사결정 시스템과 농협의 독과점이 창의적 농업으로의 발전을 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한우협회는31일제2축산회관대회의실에서농협의적폐청산을촉구하는기자간담회를개최하고사료값인하,공판장수수료인하,출하예약제개선,정액공급체계개선등을조속히이행할것을요구했다.사진은김홍길한우협회장이간담회를주재하고있는모습.
전국한우협회는31일제2축산회관대회의실에서농협의적폐청산을촉구하는기자간담회를개최하고사료값인하,공판장수수료인하,출하예약제개선,정액공급체계개선등을조속히이행할것을요구했다.사진은김홍길한우협회장이간담회를주재하고있는모습.

이날 김홍길 회장은 “농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농협이 농민과 농업의 적폐”라며 “적폐 청산없이 사람이 찾아오는 농촌 만들기는 불가능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우협회장이라는 직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농협의 적폐를 끝까지 파헤쳐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와 관련해 농협 이사들의 수당, 중앙회장의 이중 봉급, 현장 횡포 사례 등 적폐사례를 공모하고 있으며 차후 농협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9월 18일에는 농협회장의 선거법 위반 관련 법원 집회, 전국 시군지부에 현수막 설치 등 지속적인 농협 압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집회 이후 협회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농협 불매운동까지 벌인다는 방침이다.

사실 농협과 한우협회와의 불편한 관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수 십 년간 두 단체는 갈등과 반목을 지속해왔다. 농협의 사업영역이 대부분 한우에 집중돼 있고 한우농가들의 소득 또한 농협 사업과 직결돼 있어서다.

김병원 농협회장 셀프 전관예우가 단초 제공

협회는 지속적으로 한우농민의 소득보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건의해왔고 농협에서 일정부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농협 공판장으로의 출하예약 배정물량 개선과 같은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면서 대립하기도 했다.

협회는 농협의 적폐 행위에 대해 ▲농민 권익 신장을 위해 만든 특별법이 농민 혜택은 미미한 반면 고비용의 조직경영에만 치중 ▲농민을 배제한 조직운영 ▲농업관련 사업과 시설 운영이 농가 비용절감이나 수익증대보다 조직경영비 충당에만 주력 ▲농민의 창의적인 농업경영을 막는 농협의 독과점 행태 등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협회의 요구가 농협의 적폐청산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농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협회의 이번 집회의 파장과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협회가 주장하는 농협 적폐 청산 내용들이 갑을 관계 청산과 공정한 사회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서다.

김병원 회장도 정부의 기조를 읽고 농협 내부에서 갑을관계 청산을 위해 노력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시작된 새정부가 출범 초기에 맞닥뜨리는 협회의 대규모 릴레이 시위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농협이 스스로 적폐를 청산하고 한우협회의 요구사항에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협회에서는 이외에도 적폐 청산 과제로 품목별 연합회로의 개편, 농가부담 각종 수수료 폐지, 농민 편익 사업(사료, 유통, 정액 등)의 공개 및 농가참여 운영, 하나로마트 수입산 판매 중지,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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