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0.23 월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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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특집] 유기농 ‘배농사’를 이어간다김후주 후계농업경영인

대를 잇는다. 후계농으로 농업의 새로운 길을 가는 청년이 있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한 과수원을 아버지가 일구었고 그것을 다시 이어나간다. 새롭게 농사를 배우고 시작하는 청년농업인과는 또 다르게 배 재배 농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먼저 배우고 있는 후계 청년농업인을 만났다.

배농사는 6월말에서 7월초까지가 제일 바쁜 시기다. 막 커지고 있는 배를 솎아낸 후 봉지를 씌워야 하기 때문이다. 봉지작업이 늦어지면 병충해도 피해도 발생할 수 있고 배가 그만큼 햇볕을 받게 되면 황금색 배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배 농장을 방문한다는 건 그만큼 눈총을 받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김후주 씨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김후주 씨가 속해 있는 농업회사법인인 주원유기농 농장은 유기농 배를 하고 있기에 봉지작업을 크게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후주 씨와의 인터뷰는 농사를 한 10여년 정도 지은 사람과의 대화 같았다. 사실 청년농업인과의 인터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지만 후계농인 김 씨에게는 새로운 것보다 어떻게 이어 나갈 것인지에 더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주원유기농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유기농 배로 유명한 곳이다. 유기농으로 배 농사를 짓는 농가가 얼마 되지도 않지만 국내에서 1만5000여평을 유기농으로 배농사를 하는 곳은 주원유기농이 유일하기도 하다.

1남2녀 중 장녀인 김후주 씨는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석사학위 논문은 스피노자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영향을 받았을까 그녀는 농사를 선택했다.

김 씨는 “석사까지 했지만 공부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농사는 아버지가 은퇴하기 전에 미리 배워두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취직도 쉽지 않아서 일단 농사를 배우러 내려왔어요”라며 농사가 바쁠 때는 엄청 바쁘지만 또 농한기도 있어 그만큼 시간을 활용하기 좋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후계농업경영인을 신청한 그녀는 젊은 귀농인, 혹은 젊은 후계자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유기농 배농사를 배우는 것에 아직까지는 치중해 있다. 주원유기농의 배 농사 규모가 크고 이를 유지하는 일이 바로 김 씨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후계농업경영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부모와의 세대갈등이다. 새로운 영농기술을 도입하려 해도 기존의 농법을 유지하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에 따라 농사를 짓는 경우도 많다.

김 씨는 “제가 한국농수산대학이나 농대를 나와서 농업기술을 배운 것이 아니라서 부모님과 대립이 있지는 않았고 오히려 배우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으로 배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커다란 모험이다. “아버지가 배농사를 짓겠다고 하면서 유기농으로 한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의 반대가 엄청 심했다”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유기농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 씨의 부친인 김경석 대표가 세대갈등을 겪은 셈이다.

유기농 배는 사실 외관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크기도 일반 관행농법으로 키운 배보다 훨씬 작다. 따라서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과로 판매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주원농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배는 한 살림 등 도시 소비자생협으로 30%가 출하된다. 그리고 50%는 배즙 등 가공해서 판매가 되고 나머지는 학교급식과 일부는 직거래와 백화점에 선물세트로 나간다. 아무래도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공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김 씨는 “1000평에 도라지를 재배해서 배와 함께 즙을 내 배즙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어린이 홍삼용에 들어가는 원액으로도 판매하고 있다”며 “유기농 배는 판로가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 때문에 가공시설까지 도입해서 즙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귀농을 하거나 창업을 한 젊은 농업인들이 모여 청년농업인연합회를 만들었다. 여기에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청년여성농업인CEO연합회도 결성했다. 김 씨도 청년들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씨는 “젊은 친구들과 정보도 주고받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며 무엇인가를 만든 것이 재미있다”며 “이런 모임을 통해 다양한 의견, 그리고 농업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친구들의 특징은 인터넷과 다양한 지인을 통한 정보수집능력이다. 농촌에서 농사짓는 나이 드신 농부들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고 도시에는 지인이 없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다 내려온 젊은 농부들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김 씨도 유기농 배즙 포장 디자인과 학교 급식에 납품할 배즙 포장재료를 바꿀 때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런 쪽으로 정보가 많이 없고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도시 디자인업체의 디자인은 농민감각에 맞춰져 있다 보니 도시민들이 보기에 말 그대로 촌스럽게 느껴진다”며 “도시소비자에게 맞는 디자인과 홍보는 젊은 귀농인들이 더 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 체험보다는 유기농 교육농장을 만들겠다

삼대가 이어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김 씨는 앞으로 교육농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배를 수확하는 단순한 체험 위주가 아니라 유기농의 가치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장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김 씨는 “땅의 가치, 유기농사를 짓는 다는 것은 그만큼 살아 숨쉬는 땅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그 땅을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 놀면서 몸으로 유기농을 배우는 그런 교육을 하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꿈을 말했다.

농업회사법인 ㈜주원유기농

유기농 배를 생산하는 주원유기농은 ‘유기농산물 배즙’으로 국내 최초로 국제유기인증(IFAOM) 인증받았다. 농촌사랑 체험교실, 유기농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대한민국 스타팜으로 선정됐다.

아산시로부터 2008년 선진영농우수부문(친환경농업) 아산농업대상을 수상했으며 제17회 충청남도 농어촌 발전대상 유통가공분야 대상을 받았다.

연승우 기자  dust8864@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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