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농협개혁을 위한 좌담회 개최

[농업경제신문=홍미경 기자] 농협 적폐 청산을 위한 개혁의지가 농협 내부에서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6일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전국한우협회 후원으로 ‘농협 개혁을 말한다-농민들은 왜 농협의 적폐청산을 이야기하는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은 농협 개혁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농협 내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인사들은 사실상 농협 개혁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앙회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모든 지역농협 의사결정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어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도 “현재 농협중앙회장이 잘하고 있다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며 농협 개혁을 위해서는 조합원과 농민들이 나서야 하지만 농민단체들이 농협으로부터 이런저런 혜택을 받고 있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협 내부에서의 개혁의지가 없기 때문에 외부적 요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순재 전 조합장은 “농협개혁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정치적 개입과 조합원이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의 개혁’만이 가능하다”면서 “한우협회와 같은 운동체 조직들이 개혁에 관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가운데 2018년 하반기가 되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맞물려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조병옥 사무총장은 “농협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가 농민단체 간의 연대와 협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진단한다”면서 “농민으로부터의 개혁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단기적으로는 정치권력을 통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 개헌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으로부터 시작될 때 협동조합에 대한 의제까지 포함시키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농민을 위한 사업방식과 구조 개편, 이를 위한 농협의 전향적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김 회장은 “현재 농협중앙회의 각종 경제사업은 농민들의 편익을 뒤로 한 채 농협의 몸집 불리기를 위한 계통사업 추진과 이용 이에 따른 실적 평가를 토대로 농민들을 줄세우기 하고 있다. 지역의 각종 한우조합들이 용암이 끓듯 생겨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이유”라면서 “농협이 작금의 절박한 농가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외면할 경우 농협중앙회는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비록 어려운 길이겠지만 농협 개혁에 대한 농민들의 강력한 바람이 있기에 반드시 투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농협의 개혁을 요구하는 농축산 단체들과의 연대 등 농민이 우선인 진정한 농협 만들기를 위해 끝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농협 개혁 방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호중 국장은 “농협 회원조합의 하향식 통제, 사업독점과 지도감사감독권의 중앙회 집중, 중앙회가 회원조합으로의 지침하달 등으로 인해 회원조합의 권한을 침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품목조합 결성시 사실상 중앙회가 이를 방해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과 연합회의 설립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조합간 공동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양한 영농조합과 일반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목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는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신용사업을 통폐합해 금융회사를 만들어 그에 따른 지분을 농민조합원들에게 나눠주자”라는 파격적 제안을 내놨다.

그는 “프랑스의 농업협동조합이 농업은행을 설립해 60%는 농민들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40%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등 해외 사례도 있다”면서 “농협사업에 큰 축인 신용사업을 손봐 농민들이 농협 사업에 주인이 될 수 있는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좌담회는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했고 이헌목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이호중 (사)자치와 협동 사무국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농협 개혁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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