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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신문

[전문가칼럼] 쌀과 사람에 대한 시선을 바꾼 쌀 테마숍 '아코메야'

2019-01-09 17: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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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신주쿠역 신남쪽 출구와 연결된 쇼핑의 명소 뉴우먼(Newoman) 1층에는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Blue bottle)과 까다로운 도쿄 여성들의 취향을 사로 잡은 프랑스의 파티시에(Pâtissier), 조엘 로부숑(Joel Robuchon)의 르팡(Le Pain)이 있다.

그리고 맞은편에 ‘쌀가게’가 있다. 쌀 중심의 테마숍 아코메야(Akomeya)다. 일본 전역에서 공수해 온 다양한 쌀을 판매하는 아코메야는 1995년 스타벅스 재팬을 론칭한 스즈키 리쿠조(鈴木陸三) 사장이 이끄는 사자비 리그(Sazaby league)가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블루보틀과 조엘 로부숑, 그리고 아코메야가 같은 층에 있는 이유는 이들이 타겟하는 고객이 같기 때문이다.

세 곳은 모두 단지 쌀을 팔거나 빵을 팔거나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들은 신주쿠를 찾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에게 상품과 함께 ‘난 이런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상징을 판매하며 특정한 것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물론 의견을 품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오랫동안 주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량이 양 국가 모두에서 급감하고 있다.

한국에서 농부들은 보조금이 아니면 생계가 위협 당하는 수준까지 판매가 줄었고 쌀값 인상은 농림부 장관의 공약이 될 만큼 중요해졌다. 2017년부터는 돼지고기가 쌀보다 더 많이 팔리는 현상을 맞게 될 만큼 쌀 산업에 대한 위기감은 높다.

새해가 시작된 1월 2일, 새해의 첫 문을 연 신주쿠 아코메야 매장은 요란한 문구로 쌀소비를 늘리겠다거나 쌀이 어디에 좋다거나 쌀에 감취진 시장성을 노리고 있어 보이지 않았다. 쌀을 테마로 쉽고 다양한 상품을 제안하고 있었다. 뉴우먼 1층 매장은 폐점을 앞둔 저녁 8시까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쌀은 현대인과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쌀을 먹을 뿐 간절하게 구매하는 일이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코메야가 쌀과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시선과 쌀이 가져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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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일탈의 여행과 값비싼 선물, 맛집 탐방은 행복이고 일상의 식사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적당히 ‘떼우는 것’이라고 무시하는 현대인들의 의식 속에서 쌀에 대한 지루함과 불편함을 읽어냈다. 제한된 업무시간 안에 밀려드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허겁지겁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따뜻한 밥이 주는 행복’을 누리는 감성조차 잃어버렸음을 본 것이다.

‘한 그릇의 따뜻한 밥에서 시작되는 행복’, 아코메야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밥을 먹는 순간을 ‘우리들이 행복을 느껴야 하는 순간’으로 보았다. 행복을 찾는 출발점으로 쌀과 밥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이들의 시선은 ‘먹는 쌀’에서 좋아하는 쌀, 보는 쌀, 만지는 쌀로, 느끼는 쌀, 선물하는 쌀로, 어울리는 쌀로 확장됐다.

전국의 쌀을 관찰하고 쪼개고 연결하고 확장하고 합쳤다. 지역별·품종별·등급별·취향별로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했다. 그러자 이들은 쌀만을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아코메야는 25종의 쌀을 판매한다. 매장 왼쪽에는 쌀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쌀 맛을 차짐과 부드러움 정도를 XY축으로 구분해 표시해 두었다. 취향에 맞도록 유리상자에 담아 도정 정도를 달리한 쌀을 보여주고 어느 지역에서 어떤 쌀이 왔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쌀은 취향과 기호, 용도 따라 2-3인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소포장되어 판매된다.

매장 입구에는 새해 손님을 위한 복주머니를 뜻하는 후쿠부쿠로(福袋)와 쌀과 채소를 소재로 만든 총총연색의 모나카가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매장 오른쪽과 카운터의 뒤편에는 쌀보다 더 많은 쌀에 관련된 것이 판매되고 있다.

쌀로 만든 떡과 모찌는 물론 밥을 지을 때 필요한 밥솥과 그릇은 물론 주방 집기와 소소한 도구, 접시들이 판매되고 있다. 밥을 지을 때 입을 옷과 모자, 앞치마와 슬리퍼도 있다. 밥 하는데 따라 나온 아이를 위한 옷과 양말, 턱받이도 있다.

맛있는 밥과 어울리는 조미료와 반찬류, 통조림과 소스도 풍성하다, 공방에서 만든 망치질 자국이 선명한 국자와 주걱, 박음질이 선명한 테이블보와 러너, 육수를 끓여내는 육수망도 있다. 쌀을 가공한 과자나 술도 있고 잘 건조한 차(茶)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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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반찬에 육수까지 가세했다. 밥하는 손과 피부를 위한 화장품과 오일(Oil)도 있다. 대략 6,000여가지 품목이 판매되고 있고 하니 이미 긴자(銀座)와 신주쿠(新宿)를 비롯한 번화가를 중심으로 9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아코메야는 쌀의 시장성을 넘어 쌀을 중심에 둔 새로운 테마와 밥 짓는 생활양식을 전파하는 기지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가격은 시중가격보다 비싸다. 4~5배나 값비싼 쌀도 있다. 하지만 소량이기 때문에 값이 비싸도 구매력은 적지 않다. 고객들도 매일 먹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가격저항을 높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대신 필요할 때 가장 맛있는 쌀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쌀은 매장에서 직접 도정한 것을 판매한다.

전체 매장 중에 쌀의 판매비중은 대략 30%정도. 스스로 쌀가게(米屋)가 아니라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아코메야가 쌀가게로 불리는 이유는 아코메야가 쌀을 보는 시각과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소매용 포장 쌀의 최소중량은 450g이었다. 하지만 아코메야의 주력제품은 300g이다. 딱 2인분이다. 쌀을 많이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사람과 취향에 맞는 쌀을 맛있고 행복하게 먹으라고 한다.

아코메야는 그저 ‘따뜻한 밥을 먹고 싶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과시하며 그게 행복이라고 보여줄 뿐이다. 선물용은 300g 소포장을 6개 담은 세트다.

온라인에서는 가끔 인생을 살다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 안부의 인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쌀을 선물하란다. 이건 일종의 고백이다. 쌀을 프로포즈를 위한 선물로 승화시킨 것이다.

누군가가 아코메야 매장을 보고 와서 서울에 이와 유사한 매장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그 매장에서 무엇을 보았고 어떤 시선에 공감했으며 그걸 어떻게 서울에 접목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글/ 최낙삼(공주대외식상품학과 교수,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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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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