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아시아 민간기업 최초 탄소감축 방법론 탄소 감축량 인증 '탄소감축인증센터' 설립
지난해 10월 저전력 반도체, 연비개선 윤활유 등 16건 방법론, 74만톤의 감축 실적 인증받기도
SK하이닉스 탄소배출량 매년 지속 증가에도 ‘스코프3’ 체계 구축은 아직 현재 진행형 머물러
"탄소중립 달성 목표 구체적 제시 유일한 그룹… 계열사간 감축량 달성 목표 온도차 커” 평가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도 이 목표에 동참해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에 국력을 쏟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오는 2050년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고, 그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국가의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다. 포인트데일리는 2023년을 맞아 '탄소제로'를 향한 중간 단계로 [2030탄소중립, 어디까지 왔나] 기획을 통해 국내 기업별 현재까지의 목표 달성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태원 SK회장이 지난달 일본 도쿄대에서 개최된 제4회 도쿄포럼에서 개회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최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 같은 사회적 가치 평가를 과학과 기술로 온전히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회장이 지난달 일본 도쿄대에서 개최된 제4회 도쿄포럼에서 개회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최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 같은 사회적 가치 평가를 과학과 기술로 온전히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SK그룹

[포인트데일리 이상진 기자] 지구촌 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존속을 위협받고 있다. 학계는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고, 3도 상승하면 아마존 우림이 사막화돼 지구촌 생태계가 멸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2021년 2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도 상승했다.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하면 오는 2040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까지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 국제사회는 최종적인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계속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탄소중립 달성 추진의 예봉은 SK그룹이다.

SK그룹이 ‘CES 2023’ SK그룹관에서 인류가 기후 위기에 맞서 제대로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해수면 상승 등으로 마주칠 암울한 미래상을 첨단 미디어 아트 영상으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SK그룹
SK그룹이 ‘CES 2023’ SK그룹관에서 인류가 기후 위기에 맞서 제대로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해수면 상승 등으로 마주칠 암울한 미래상을 첨단 미디어 아트 영상으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전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2023년 신년 인사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가치를 전하며 “기후변화와 질병, 빈곤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실 SK그룹의 탄소중립 의지는 고 최종현 선대회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 선대회장이 발족한 SK임업(당시 서해개발주식회사)이 SK그룹 탄소중립 추진의 뿌리다.

지난 1972년 최종현 선대회장은 민둥산이던 인등산에 나무를 심고 서해개발주식회사를 설립해 대한민국 최초의 기업형 조림 사업에 착수했다.

최 선대회장은 인등산과 천안 광덕산, 영동 시항산 등 4500헥타르의 황무지를 400만그루의 수목이 자라는 울창한 숲으로 만들었다. 

현재도 대기업으로는 국내 유일의 임업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SK임업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2년 SK에코플랜트 산하였던 SK임업을 지주회사 SK(주)에 편입한 바 있다. SK그룹의 탄소중립 50년 의지를 잇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SK그룹이 충주 인등산 SK수펙스센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내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가 서 있다. 사진=SK그룹
SK그룹이 충주 인등산 SK수펙스센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내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가 서 있다. 사진=SK그룹

SK그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에 해당하는 2억톤의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넷제로 경영’을 펼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저전력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도시유전 등의 사업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탄소시장 활성화도 ‘넷제로 경영’의 하나다. SK그룹은 지난 2021년 6월 아시아 민간기업 최초로 탄소감축 방법론과 탄소 감축량을 인증하는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세웠다. 지난해 10월 SK 관계사의 저전력 반도체, 연비개선 윤활유 등 16건 방법론, 74만톤의 감축 실적을 인증하기도 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SK그룹의 탄소중립 달성 의지는 국내 기업 가운데 발군이지만, 일부 계열사의 실적은 아쉽다는 평가다.

◇ 최태원 회장 글로벌 행보...UAE 국부펀드와 기후변화 위기 극복 협력

최태원 SK 회장의 탄소중립 행보는 구체화되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SK그룹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SK는 이번 업무협약이 탄소중립을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 의지가 반영돼 성사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SK와 무바달라의 협력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VCM은 민간 주도의 탄소시장이다. VCM이 활성화되면 기존 탄소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 외에도 의무가 없는 기업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워킹그룹 등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활성화를 위한 탄소감축인증 방법론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중점 논의하기로 했다. 

◇ 10억달러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한 SK하이닉스...스코프3 체계 과제

SK그룹은 지난해 5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6개 관계사가 참여한 'SK그린 캠퍼스'를 출범시켰다. 사진=SK그룹
SK그룹은 지난해 5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6개 관계사가 참여한 'SK그린 캠퍼스'를 출범시켰다. 사진=SK그룹

SK하이닉스는 지난 11일 10억달러(한화 약 1조24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발행에 성공했다.

SLB는 ESG경영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등이 조정되는 채권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SLB를 발행한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채권 발행의 조건으로 제품 생산단계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20년 실적을 기준으로 2026년까지 5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SK하이닉스는 목표 발행액을 5억달러로 설정했지만 304개의 기관을 중심으로 다수 투자자가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이면서 10억달러까지 발행 규모를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목표 대비 감축 실적을 ‘지속가능성 보고 시스템(SRS)’에 매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2026년이 지나면 이듬해 상반기 중 최종 목표 달성도를 측정해 공개하고 결과에 맞게 금리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도 SLB와 함께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환경친화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아직 ‘스코프3’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스코프3는 최종 소비자의 사용 단계까지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기준이다. 영국 IFRS 재단이 공인한 ESG 공시 기준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직·간접적인 탄소를 저감하는 스코프1와 스코프2 체계는 갖췄지만 스코프3 구축은 현재진행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포인트데일리와 통화에서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통해 스코프3 체계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스코프1과 스코프2에 비해 스코프3는 협력사 등 다른 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단계라 완전한 구축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는 SK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닌,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탄소배출이 줄어들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스코프1&2(직·간접 탄소배출량) 배출량은 탄소환산총량(tCO2-eq) 기준 △2018년 591만4390톤 △2019년 683만9470톤 △2020년 754만8328톤 △2021년 763만8465톤 등으로 오히려 증가 추세다.

◇ 사명까지 변경한 SK에코플랜트 탄소중립 의지...실적 하락은 문제

SK에코플랜트가 '2022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참가해 탄소 제로와 폐기물 제로를 달성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2022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참가해 탄소 제로와 폐기물 제로를 달성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5월 SK건설에서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건설사’가 아닌 ‘환경 및 에너지사’로 정의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기업 체질 전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환경·에너지 부문이 SK에코플랜트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2%에서 17%로 늘었다. 특히 환경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1% 이상 늘었다.

환경 부문 대비 저조한 에너지 부분 실적 상승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일 SK에코플랜트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사에서 CSCEC와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략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SCEC는 1952년 중국에서 설립된 임직원 37만명 규모의 세계 1위 건설사다. 전 세계 총 77개국에 진출해 있다. 2021년 기준 매출 380조원, 수주액 720조원을 기록해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9위를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ESG 기조에 맞춰 기존 EPC 사업에서 탈피해 저탄소와 신재생에너지 개발 분야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번 협약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해외 및 중국 본토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공동개발에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양사는 각 사가 가진 역량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태양광과 풍력, 그린수소 중심의 재생에너지 사업개발에 우선적으로 집중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또 SK에코플랜트는 협약을 바탕으로 글로벌 그린에너지를 공급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SK에코플랜트의 환경기업 체질 개선이 시장에서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4월 SK에코플랜트는 사명 변경 뒤 IPO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IPO는 최태원 SK 회장의 ESG경영이 IPO 시장에서 공식적인 평가를 받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IPO는 현재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SK에코플랜트는 상장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 등으로 IPO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데다 최근 실적 하락도 IPO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692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 하락한 실적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포인트데일리와 통화에서 “환경과 에너지 분야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 영업이익 흐름이 좋지 않았다”며 “향후 환경 분야 기업들을 추가로 인수할지, 이에 따라 추가 투자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현재로선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PO와 관련해서는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향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SK그룹의 탄소 감축 계획에 대해 기후변화 정책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포인트데일리와 통화에서 “SK그룹은 국내에서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유일한 그룹”이라며 “일부 계열사의 탄소 감축 목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계열사마다 탄소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없는 계열사도 있고,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점, 실제적인 감축량 달성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등 정보의 비대칭과 성과는 여전히 아쉽다”며 “이런 점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탄소중립 구호도 보여주기식의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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