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자생한방병원 이제균 병원장

대구자생한방병원 이제균 병원장.
대구자생한방병원 이제균 병원장.

여름이 제철이었던 참외는 이제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다. 종자 개발과 시설재배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의 대부분을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에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2월이면 본격적으로 수확이 이뤄지는데 올해는 설날 연휴를 맞이해 출하를 앞당긴 농가들도 있다고 한다.

참외는 포복성 작물로서 줄기가 땅바닥에 닿아 자라기에 수확철 농민들은 허리를 기역자로 굽히고 두둑을 향해 손을 낮게 뻗어내야 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참외 따기에 매해 평균 1080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농민들의 83%가 허리, 무릎, 어깨 등에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참외 수직재배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반복해서 허리를 굽히고 무거운 수확 바구니를 들어 올리는 등 허리에 부담을 주는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척추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허리를 굽힌 자세는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풍선처럼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의 한쪽을 눌러 반대쪽 부분을 팽창시킨다. 디스크 팽창이 장시간 반복될 경우 해당 부위가 손상되거나 파열될 수 있다. 제자리를 벗어난 디스크는 인근 신경을 눌러 염증을 일으키고 허리와 다리에 극심한 고통을 초래한다. 이러한 척추 질환을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라고 한다.

특히 참외 농민들은 수확 작업뿐만 아니라 평소 마른 잎을 제거하는 순 제거 작업 등 척추에 압박이 가해지는 작업을 지속하는 만큼 허리디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허리 통증뿐 아니라 허벅지와 다리로 이어지는 저림 및 통증이 나타나거나 허리를 굽힐 때 증상이 심해진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봐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허리디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추나요법과 침·약침치료, 한약처방 등이 활용된다. 먼저 환도혈, 협척혈 등 혈자리에 침치료를 진행해 근육과 척추 주변 조직들의 과도한 긴장을 풀어준다. 이어 천연 한약재 성분을 환부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치료로 빠르게 염증을 해소한다. 이후 틀어진 환자의 척추와 근육, 인대 등을 한의사가 직접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을 통해 신체의 균형을 회복시키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들어 통증이 완화된다. 여기에 환자의 체질과 증세에 따라 맞춤 처방되는 한약은 뼈와 근육, 신경 재생에 도움을 줘 더욱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방통합치료의 효과성은 객관적인 연구논문으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건강관리(Healthcar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 152명의 허리 통증 숫자평가척도(NRS)가 입원 초기 5.4(극심한 통증)에서 치료 이후 1.78(가벼운 통증)로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더불어 허리 기능장애지수(ODI) 또한 46.39에서 16.4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디스크는 결국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작업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가지며 허리를 펴줘야 특정 디스크 부위에 하중이 오랫동안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수확 바구니를 들어 올릴 때 몸통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허리를 꼿꼿이 세운 상태에서 다리 힘으로 일어나는 작업 노하우도 중요하다. 허리를 굽힌 채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면 무게가 그대로 척추에 가중되기 때문이다. 생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더라도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실천한다면 허리디스크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참외는 ‘참’으로 맛있는 ‘오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참외는 아삭하고 달콤한 맛으로 매년 우리들에게 행복감을 준다. 참외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열심히 땀 흘리는 농민들도 마땅히 행복해야 한다. 행복을 위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있으랴. 수확철을 앞둔 참외 농가들이 올해 무사히 건강하게 농사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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