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학원강사에서 귀농... 품앗이로 농사 배워”
자연의학 눈떠... 인간의 몸은 소우주와 같아

[농업경제신문=홍미경 기자] ‘자연의학 눈뜬 귀농인 문들산’ 인터뷰 ①에 이어서.

이렇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한 문들산 씨는 제철 농사를 지어서 먹거리를 스스로 자급자족했다.

“친환경 제품의 특징이요? 다른 고추보다 더 맵죠. 특히 노지에서 기르는 고추가 색깔도 예쁘고 고와요. 고추 농사는 다른 방법이 없고 날씨가 중요해요. 처음 42근 따고 이듬해에는 82근 땄어요. 수확이 두 배로 늘었죠. 그때는 이엠(EM)도 안 뿌리고 퇴비만 주고 잡초만 제거해줬죠. 비결은 날이 좋았었죠. 탄저병에 치명적인 비가 수확철엔 적게 내린 탓에 수확이 좋았어요. 농사는 모두 하늘이 도와야 하죠. 그런 측면에서 비 과학적일지라도, 이 땅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어느덧 친환경 농사에는 노하우가 쌓인 그녀.

“친환경 농사법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노하우라고 할 건 없고요, 학교에서 배운대로 농사지은 거죠.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지으려면 부지런해야 합니다. 잡초를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힘들고 중요해요. 수확할 때 차이 많이 납니다. 또 고추에 치명적인 탄저병 예방을 위해 황토유황을 뿌리면 좋아요. 황토와 유황을 섞어 커다란 분무기에 넣고 뿌려주면 됩니다.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니 너무 힘들죠. 그런데 힘들게 황토유황 뿌린 것과 안 뿌린 것 수확량을 비교해 보니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황토 유황도 안 뿌리고 지으려고요”(웃음)

귀농 후 온 배움터에서 자연농법을 배우며 스스로 자급자족하던 중,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과 조합을 만들었다. 수수, 콩, 감자, 고구마 등 작물 재배도 공동으로 하고 판로 개척과 판매도 공동으로 한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사줬죠. 또 판로는 지인 통해서 개척하기도 했고요. 또 학교에 녹지사가 있어요. 학교를 지원하는 후훤자들에게 나가는 (농산품) 꾸러미로 판매도 되고. 마을 장날에 나가 직접 판매도 하죠. 귀농인 들이 모여 세운 ‘마실장’이 있는데 전국적으로 있는 장입니다. 함양- 상림숲장, 산청 목화장, 전북 산내면의 살래장 등이 대표적이죠.

문들산 씨는 최근 자연의학에 눈을 돌려 공부중이다.

“농사를 지으며 어느 정도 자급자족은 되는데 ‘아플 땐 어떻게 할까?’싶더라고요. 병원 가는 것 번거롭고 해서 배워볼까 싶었어요. 온배움터 자연의학과 자연의학 연구소 5학기 째 다니고 있어요. 올해 졸업합니다. 저는 5학기까지 공부했지만 올해부터는 4학기 2년제로 변경됐습니다”

문들산 씨는 자연의학을 배우게 되면서 인간의 몸에 대해 자각하게 됐다고 한다. 또 자신의 몸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 갖게 된 것.

“자연의학을 공부하는 분들은 대부분 자기 몸이 아파서 들어온 분들이 많아요. 또 현대 의학에서 방법이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고자 하는 분들도 많죠. 자연의학은 서양의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자연의학을 말합니다. 공부를 해보니 현대의학과는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더라고요. 서양의학은 아픈 곳 한 곳에 집중한다면 자연 의학은 관계와 전체를 중요하게 여기죠. 인간의 몸을 소우주로 보고, 그 하나하나가 다 연계돼 있으므로, 그 관계를 알고 짚어야 근본 치유가 된다는 것이 자연의학의 개념입니다”

이제 중견 귀농인에 접어든 그녀의 올해 농사 계획은 비닐 멀칭을 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농약 대신 퇴비만 쓰고 있지만 비닐은 멀칭은 합니다. 비닐 멀칭은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도 해 주지만 작물 크기도 영향을 줍기 때문에 했죠. 하지만 이제 비닐 멀칭도 안 하고 싶어요. 아마 풀이 많이 자라 고생하겠지만, 비밀 멀칭 하면서 부끄러웠어요. 이렇게 농사지을라고 온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올해부터는 결심하게 된 겁니다. 대신 농사 규모를 줄이고 대신 자연의학을 보다 깊게 공부하고자 합니다”

문들산 씨는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에게 받은 것은 그대로 돌려주는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은 힘들고 불편하고 고달프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보고 싶다면 (농촌으로)오라고 말한다. 귀농 후 대박이 났다는 호언장담보다 가슴 깊이 여운이 남는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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