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귀농?귀촌인 통계 발표에 의하면 2016년 도시민 50만명(496천명)이 농촌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에 의하면 농촌으로 이동한 귀농가구원이 20,559명(귀농인 13,019명, 동반가구원 7,540명)이고, 귀촌인이 475,489명(귀촌가구주 322,508명, 동반가구원 152,981명)이다.

이처럼 날로 증가하는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위해 박인호 칼럼니스트&귀농귀촌 전문가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사진=박인호칼럼니스트&귀농귀촌전문가
사진=박인호칼럼니스트&귀농귀촌전문가

봄을 맞아 최근 필자의 홍천 집에 들른 지인과 함께 인근의 한 계곡을 찾았다. 오랜 만에 만난 지인의 얼굴에는 도시의 빡빡한 일상과 업무에서 막 탈출했다는 해방감이 한껏 묻어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휴대폰에서 입과 손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계곡의 비포장 길을 따라 차를 움직였다. 빽빽한 숲 터널이 이어진다. 워낙 울퉁불퉁한 산길이라 차라리 걷는 게 더 빠르다. 잠시 후 그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휴대폰 통화가 끊겼기 때문. 휴대폰 불통지대에 들어선 것이다.

‘IT강국 대한민국’도 사실 강원도 첩첩산중에서는 그다지 내세울 게 못 된다.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심산유곡에 들어서면 휴대폰은 이내 먹통이 된다. 인터넷도 불가능하다. 자연은 이처럼 문명의 이기를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자연과의 접속이 가능해진다.

봄 햇살을 받아 황금색으로 변한 계곡물과 모래, 그리고 자갈들.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은 각종 나무들. 하나둘 꽃을 피우고 있는 이름 모를 풀들. 무심한 바위에 생명을 입힌 이끼 등이 반긴다.

흐르는 계곡물에 손을 살짝 담가보면 아직은 조금 시리지만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휴대폰 불통지대에서 맛보는 황홀한 자연과의 소통. 조금 전까지 안절부절 못하던 지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는 이 순간 자연인이다.

며칠 뒤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살고 있는 한 자연인의 집을 방문했다. 그 곳은 산골에서도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 마을 포장도로가 끝나면 그의 구형 지프로 옮겨 타고 비포장 산길을 따라 덜커덩 삐거덕 소리를 내며 한참을 더 올라가야 했다. 처음 본 그의 숲속 둥지는 자연과의 교감이 충만한 작은 안식처였다. 황토방과 구들, 나무를 때는 부엌아궁이. 그리고 집 마당에는 어릴 적에 물을 퍼 올리던 펌프도 놓여있었다.

작은 거실에는 특이하게도 벽면 아래쪽으로 창문이 나 있었다. 왜냐고 물었다. 그는 “늘 거실에 앉아서 내 자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며,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수십 가지의 야생화들이 초록의 생명 에너지와 무위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는 매일 수시로 자기 자식들에게 사랑을 쏟아 붓는다. 그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그 사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도시와 인간을 내려놓고 늘 자연과 소통하는 그는 진정한 자연인이자 자유인이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기는 귀농ㆍ귀촌이 사회적 트렌드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귀농ㆍ귀촌이란 곧 전원생활이며, 이는 자연인이자 자유인이 되고자 함이다. 자연은 태곳적부터 스스로(自), 그대로(然) 이다. 인간이 자신의 태어난 자연으로 다시 들고 안 들고는 오로지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물질과 욕심, 집착으로 점철된 도시를 내려놓기만 하면 누구나 자연인이 될 수 있다. 행락철 일시적인 자연인이 아닌 진짜 자연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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