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자산 리스크, 기관투자자 외면에 미매각만 5번째인 회사채 발행
6개 증권사, 총액인수확약 중단하고 기후금융 방향성 분명히 해야

지난 2022년 4월 5일 '석탄을 넘어서'가 NH투자증권 앞에서 회사채 발행 주관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장면.
지난 2022년 4월 5일 '석탄을 넘어서'가 NH투자증권 앞에서 회사채 발행 주관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장면.

[포인트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의 폭탄처리 늪에서 빠져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연전연패’에도 회사채를 다시 발행하면서 대한민국의 마지막 석탄발전 사업의 자금조달원이라는 오명을 어떤 금융기관이 가져갈 것인지 많은 시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삼척블루파워는 유연탄 육상운송에 따른 거센 지역 사회의 반대, 공사업체와 공사비 분쟁 등 각종 난항을 겪으며 다음 달 예정된 상업 운전을 내년 1월로 연기됐다.

석탄을 넘어서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6개 주관 증권사를 대상으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와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서를 통해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와 판매를 지속하는 한 탈석탄 선언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석탄을 넘어서는 △6개 증권사는 삼척블루파워와의 총액인수확약 계약 내역을 공개하고 이를 포함한 신규 석탄채권 발행 중단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행위 중단 △포스코그룹을 비롯한 관련 기업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 그리고 정부와 국회는 삼척화력발전소가 지역사회 및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재무적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운영 중단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기후위기 대응의 시대에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원 사업이라는 한계 아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한국 금융시장에서 좌초자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2018년 총 4.9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약 1조원이 조달되지 않은 상태로 본 공사에 착수했고,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2019년부터 9회에 걸쳐 총 1조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대응 기조에 따라 건전하고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점점 삼척블루파워를 외면해왔다. 지난 7일 새로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매수주문이 240억원에 그치며, 2021년부터 5회에 걸친 9500억 원의 채권 발행은 370억 원을 제외하고 모두 미매각됐다.  

회사채의 이자 역시 7%대로 같은 등급의 다른 채권보다 2~3%의 높은 이자를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공사지연과 비용상승, 송전제약과 지역사회 반대 등 여러 악재에도 삼척블루파워가 믿는 최후의 보루는 회사채 발행과 판매를 주관해온 6개 증권사”라고 못박았다. 

2018년 삼척블루파워는 6개 증권사와 5년간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LOC)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인수확약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미매각에 그쳐도 해당 회사채 물량을 6개 증권사가 높은 금리를 미끼로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거나 미매각 물량을 스스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키움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들은 이미 탈석탄 선언을 하고 기후금융을 내세워왔기 때문에 이는 소위 ‘석탄채권’을 폭탄 돌린다며 비판받아왔다.

증권사들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별로 인수확약 잔액이 450억원가량 남은 곳들이 있어, 내년 중 총 2~3000억원 규모의 추가 회사채 발행도 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석탄을 넘어서는 “현시점에서 총액인수확약을 중단하거나 총액인수확약이 끝나는 2024년에 연장 또는 신규 체결을 하지 않고 삼척블루파워에서 손을 터는 일”이라며 “이는 탈석탄 금융을 실천하고 결단력 있는 금융기관으로서 고객과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의 높은 이자율과 기관투자자의 외면은 기후위험이 현실화됐음을 보여준다”라며 “금융기관과 투자자 모두 석탄발전을 비롯한 화석연료 투자를 보다 적극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5일에는 삼척블루파워가 공사 중인 삼척에서 전국 기후단체들이 모여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과 함께 날을 맞춰 전 세계 동시다발 기후파업을 진행한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과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하며 삼척블루파워 사업 중단을 비롯해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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