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중인 모든 옵션 중 선택은 워크아웃...28일 오전 워크아웃 신청
막대한 PF 대출로 유동성 문제 '심각'...당장 오늘 480억원 규모 만기대출 해결해야
금융업계에도 드리워지는 '공포감'...은행 증권 보험 제2금융권 가리지 않았다

태영건설 사옥.
태영건설 사옥.

[포인트데일리 김국헌 기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태영건설이 금일 오전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이 도급순위 16위의 1군 건설사 인데다 엮여있는 금융사들도 많아 관련 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후속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검토 중인 모든 옵션 중 선택은 워크아웃...28일 오전 워크아웃 신청


28일 오전 태영건설은 금융당국에 워크아웃을 신청을 완료했다.

태영건설이 금일 오전 신청한 워크아웃은 기촉법에 따른 것으로, 기촉법은 지난 26일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기업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 지원이 결정되면 금융기관들은 채권 행사 유예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지원이 진행된다. 구조조정에는 채권단이 수용할 수 있는 강력한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 태영건설의 모기업인 태영그룹의 주요 계열사도 자구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협력사 피해 예방과 지원 등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태영건설은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란 입장을 내며 자산을 정리하는 등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결국 워크아웃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금융당국이 후속 대책을 논의해왔다. 태영건설은 어제(27일) 해명 공시를 내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법무법인 등을 통해 절차를 확인하고 채권은행과 관련 대화를 나누는 등 워크아웃 준비를 해왔고, 결국 28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막대한 PF 대출로 유동성 문제 '심각'...당장 오늘 480억원 규모 만기대출 해결해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것은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유동성 문제를 일으킨 1대 원인은 막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올해 3분기 말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잔액은 4조 4100억 원으로 부채 비율이 478.7%, 우발채무가 7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태영건설은 내년 초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 태영이 해결해야 할 PF 대출은 올해 약 4000억원, 내년까지는 3조6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태영건설의 자기자본대비 PF 대출 규모는 373% 수준이다.

당장 오늘(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를 해결해야 한다. 태영건설은 지하 6층~지상 11층짜리 업무 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당초 이달 18일 만기였으나 대주단과 협의해 열흘을 연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태영건설은 해당 부지를 1600억 원가량에 매입하기 위해 브리지론 480억 원을 일으켰었다. 

지난 12월 중순부터 1군 건설사 부도설 찌라시가 시중에 파다하게 퍼진 바 있다. 당시 1군 건설사가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1군 건설사 태영건설 부도설은 단순 찌라시로 밝혀지긴 했다. 해당 건설사는 광주광역시 소재 해광건설로 확인되면서 소문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태영건설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태영건설의 부실우려가 지속된 것은 열악해져 가는 재무구조와 '미착공 사업장' 때문이었다. 이미 건설사 보증으로 브리지론을 조달해 부지를 확보했지만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놓인 미착공 사업장의 대표적 사례가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수요가 감소하고, 일부 사업장의 착공 속도가 늦어지면서 공사 중인 사업장에서도 회수한 분양대금 부족에 직면했으며, 공사대금이 시시각각 올랐다. 이는 태영건설 PF 대출 규모 증가의 악순환을 불렀다. 

사실 PF 대출이 많아도 각종 공사가 잘 진행돼 대금이 순조롭게 회수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와 맞물려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으로 공사 차질이 생기고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태영건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태영건설이 부실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올해 말까지 보유한 포천파워 지분 840만 주를 전량 매각해 265억원을 확보했고. 2400억 원에 달하는 태영인더스트리도 매각했다. 지주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등의 방법까지 총동원하며 1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소식에 건설업계 분위기는 흉흉한 상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PF 대출을 늘리며 욕심을 부려온 건설사들이 상당 수 있어 이들이 직접적 피해를 입을 테지만 건설업계 전반에 부정적 인식이 심어지게 되면 대출이 힘들어 지는 등 등 각종 사업추진에 있어 간접 피해가 더 클 것"이고 말했다.  


금융업계에도 드리워지는 '공포감'...은행 증권 보험 제2금융권 가리지 않았다


이미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1군 건설사까지 PF 위기가 현실화되자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업계에도 공포감이 드리우고 있다. 

태영건설은 은행, 증권, 보험, 제2금융권 등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 써왔다. 산업은행은 PF대출 1292억원,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2천2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PF 대출 1500억원,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1600억원, IBK기업은행이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 단기차입금 72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PF 대출 436억원,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원,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원과 단기차입금 450억원 등 61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KB증권이 PF대출 412억원, 하나증권이 300억원, 한양증권이 100억원을 단기차입금 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경우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한화생명으로 845억원, IBK연금보험·흥국생명이 각각 268억원, NH농협생명은 PF대출 148억원, NH농협손해보험 333억원, 한화손해보험과 푸본현대생명보험은 각 250억원의 대출 채권을 갖고 있다.

제2금융권은 애큐온저축은행 50억원, 신협중앙회 397억원, 용인중앙새마을금고 359억원, 성남중앙새마을금고 167억원의 대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태영건설에 대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업체들의 손실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PF 부실 우려가 건설, 금융 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기업·사업장 이슈보다는 PF 사업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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