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흑자의 '허상'...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 중
곽재선 KG그룹 회장도 현 상황 심각하게 바라봐
KG모빌리티가 살 길은 '신차' 출시와 '수출' 뿐

[포인트데일리 김국헌 기자] 최근 KG모빌리티(KGM) 관련 실적기사는 대부분 지난해 흑자전환했다는 사실로 도배됐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3조780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흑자를 냈던 2016년에는 유무형 자산 매각에 따른 이익이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에 차량 판매 등 순수 영업실적만 따지고 보면 2007년 이후 16년 만에 흑자를 낸 것이다. 내부 경영체질 개선을 위한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노력, 공격적인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물량 증대 등이 실적개선에 주효했다. 만년 적자였던 KG모빌리티를 흑자로 탈바꿈시킨 KG그룹의 성공기가 다시 쓰여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연간 실적의 '허상'이다. KG모빌리티는 최근 들어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해 연간 흑자의 '허상'...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 중


15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으며 2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3월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좀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현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적자의 배경은 '차가 잘 안 팔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KG모빌리티의 내수 판매량은 하반기로 갈수록 감소 추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상반기 내수판매량은 3만8969대였으나 하반기엔 2만4376대로 37.4%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내수로 월 평균 6495대를 팔았지만 하반기엔 4063대를 팔았다. 올해 1월과 2월엔 판매량이 더 감소하며 각각 3762대, 3748대를 파는데 그쳤다. 

KG모빌리티 부활의 핵심이었던 '토레스'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 티볼리, 렉스턴 뉴 아레나, 코란도 등 다른 차종도 동반 판매 부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의 올해 1, 2월 내수 판매량은 두달을 합쳐 427대에 그쳤다.

특히 토레스 약발이 빠르게 빠지고 있는 점이 뼈아프다. 토레스를 보면 티볼리가 떠오른다. 과거 쌍용차는 티볼리가 대박을 치며 2016년 깜짝 흑자를 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후속타의 부재와 현대차그룹의 소형 SUV 연속 출시로 티볼리는 인기가 뚝 떨어지게 되고, 쌍용차는 다시 적자의 길을 걷게 된다. 

토레스 역시 대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내수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사실이나 마땅한 후속타가 보이지 않는 점은 과거 티볼리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은 KG모빌리티에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토레스가 더이상 회사의 실적을 견인해 주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전기차 개발에 성공했지만 하필이면 시기가 전세계적 전기차 판매 부진 장기화 시기에 출시됐다. 전기차 판매 부진 현상은 가뜩이나 기술력이 현대차그룹에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KG모빌리티에게 더 큰 악재가 되고 있다. KG모빌리티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각종 비용을 줄일대로 줄인 상황이어서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멜 구석도 보이지 않는다.  KG그룹은 쌍용차를 인수하고 난 뒤 지속적으로 구조개혁과 비용 절감을 해왔다. 비용을 줄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KG모빌리티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KG모빌리티가 살 길은 잘 팔리는 '신차' 출시와 '수출' 뿐


KR10.
KR10.

KG모빌리티가 살 길은 '신차' 출시와 '수출'이다. 

티볼리 이후 후속 신차가 줄줄이 실패하며 적자의 길을 걸었던 과거의 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토레스에게 확실한 후속타가 필요해 보인다. 토레스를 잇는 잘 팔리는 신차 출시만이 살 길이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토레스 쿠페'다. 훨씬 날렵해진 쿠페형 SUV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살펴보면, 태극기의 건곤감리(4괘)를 녹여낸 전용 스타일링과 함께 아우디 Q8과 유사한 날렵한 루프라인 등 기존 토레스와 차별화된 독특한 매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KG모빌리티 토레스 쿠페는 이르면 오는 6월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코란도의 후속작인 'KR 10'도 기대를 모은다. KR10은 과거 쌍용자동차 시절 터프하고 역동적인 모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코란도의 헤리티지를 잇는 준중형급 SUV다. 클래식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뛰어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라인업으로 내년 출시 예정이다. 

수출에서의 지속적인 선전도 흑자전환을 위한 필수요소다. 내수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는 KG모빌리티지만 수출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은 큰 위안꺼리다. kG모빌리티의 지난해 판매량은 총 11만6428대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내수에서는 6만3345대를 팔며 전년보다 7.7% 감소했지만 수출은 5만3083대로 전년보다 17.2% 증가했다.올해 2월에는 내수가 3748대, 수출이 5704대로 수출 판매량이 내수를 앞질렀다. 환율 효과로 수익성도 내수보다 오히려 나은 것으로 전해진다. 

후속작들이 토레스에 이어 시장에서 좋은 판매량을 보이고, 수출 호조가 지속된다면 KG모빌리티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90%(수입차 제외)가 넘어가는 현대차그룹의 독과점을 막기 위새해서라도 KG모빌리티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돌파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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