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트너스운용과 손잡고 자사주 전량 소각 요구...3차의 난 나선 박철완
박철완 패배 이유 세가지...우호지분 차이와 자문사 반대의견, 계속된 '난'의 실패
언제까지 3차, 4차, 5차 '조커의 난'을 일으키며 회사 발목을 잡을 것인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포인트데일리 김국헌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다.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가 제 3차 '조카의 난'을 일으켰다. 2021년, 2022년에 이어 2024년까지 세번째다. 

여기서 조카란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를 지칭한다. 그는 금호그룹의 3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다. 

박철완 전 상무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다시 주주제안을 한 상태로 내일(21일)이면 결과가 난다. 


차파트너스운용과 손잡고 자사주 전량 소각 요구...3차의 난 나선 박철완


이번 조카의 난이 기존 1, 2차의 난과 다른 점은 박 전 상무가 혼자 힘으로 버거웠던지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운용과 손을 잡은 것이다. 박 전 상무 측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총 결의에 의해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기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것을 요구하는 등 주주환원 강화를 주장했다. 대규모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소각을 통해 일반주주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이다. 

올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금호석유화학이 이들의 주주환원 요구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간담회에서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측은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금호석화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 경영진은 자사주의 절반을 분할 소각하겠다며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 금호석유화학이 보유 중인 자사주 가운데 절반인 262만4417주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소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것이다. 또 500억 원 규모의 소각 목적 자사주도 6개월간 취득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자사주 전량 소각을 50%만 소각하는 쪽으로  판을 뒤집을 역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 조치로 인해 금호석유화학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을 맞췄고, 50% 자사주 소각으로 일반 주주 권리를 높였으며, 박철완 전 상무 측의 요구에도 어느정도 응답하는 결과를 냈다.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의 주장이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이 싸움은 22일 열리는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나게 됐다. 그리고 '결론'이 정해져 있는 싸움이다. 


박철완 패배 이유 세가지...우호지분 차이와 자문사 반대의견, 계속된 '난'의 실패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 통과 가능성은 다음 세가지 이유로 매우 낮아 보인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1%를 보유 중이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 시 지분율은 10.88%로 늘어나지만, 박찬구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지분이 15.89%로 더 높다. 우호지분도 비교가 안되는 데다 사내에서도 박철완 전 상무를 응원하는 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주고, 박 전 상무 측 주주제안에는 반대 의견을 낸 점도 금호석유화학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ISS 측은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주주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국내 상장사 중 전례가 없거나 어느 회사의 정관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몇 년간 이사회 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이사 교체가 이뤄졌고, 이사회가 향후 3년간 자사주의 50%를 소각할 계획을 발표해 주주제안자가 제기한 우려와 잠재적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두 차례의 참패 역시 세번째 난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을 높인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조카의 난'을 일으켰다. 2021년에는 직접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제안했지만 결국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2022년의 경우 박 회장과 박 전 상무가 이익배당과 사외이사·삼사위원 선임에 대해 서로 다른 안건을 제안하면서 표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사측 안건이 2~3배 많은 표를 얻으면서 압도적인 차로 박 전 상무가 완패했다.

박철완 전 상무는 두번의 난 실패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잃었다.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이 회사를 보다 바람직하게 바꾸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 최대주주인 자신이 주가를 끌어올려 매각하기 위한 '엑시트(출구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은 이미 주주들에게 많이 퍼진 사실이다.  

2022년 3월 25일 2차의 난 주총에서는 주총장에 등장도 하지 않아 박철완 전 상무를 지지한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 자신과 특수관계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를 하는 모습이 없었던 것이 패배로 직결됐다는 지적도 함께였다. 

결국 22일 3차의 난 역시 금호석유화학의 승리로 끝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것이 1, 2차의 난 때와는 달리 별로 긴장감도 안드는 이유다. 계속되는 조카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박철완 전 상무는 '조카'가 아니라 영화 속 '조커'가 아닐까 의심이 들 지경이다. 점점 명분도 사라지고 소액주주들의 응원도 힘을 잃는 상황에서 박철완 전 상무가 언제까지 4차, 5차 '조커의 난'을 일으키며 회사 발목을 잡을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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