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주주총회 당일 오전, 유난히 부산하고 시끄러웠던 포스코센터 사옥 앞
노조 130여명 집결해 진 쳐...민간단체들까지 합류해 포스코가 출입문 통제
주주총회 무사히 마쳐...장인화 호 탄생, 밖에서는 10시부터 금속노조 기자회견 진행
예상과 달리 강경하지 않고 합리적이던 노조의 6가지 요구들...무난한 '장인화 호' 새 출발

21일 오전 8시 15분 경 주총에 앞서 포스코 센터 앞 모습.
21일 오전 8시 15분 경 주총에 앞서 포스코 센터 앞 모습.

[포인트데일리 김국헌 기자] 포스코 장인화 호가 탄생하는 21일 주주총회 당일 오전, 포스코센터 사옥 앞은 유난히 부산하고 시끄러웠다. 

포스코 원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포항지회 조합원 130여명은 광양과 포항에서 서울 포스코센터로 상경해 21일 오전 7시 30분부터 출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주주인 노동자들은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금속노조 직원들은 포스코센터 앞에 진을 치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여기에 대한민국호국총연합회 등 민간단체들까지 합류한데다 이를 막으려는 경찰까지 동원 더더욱 정신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다. 21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은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장에 들어가려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회원들과 포스코홀딩스직원들 간 대치가 상황이 벌어졌다.

출입구 여러 곳을 폐쇄한 포스코.
출입구 여러 곳을 폐쇄한 포스코.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양제철소 현장직 직원들이 금속노조 조끼를 입고 진입을 시도했으나 포스코홀딩스 측이 철문을 통해 막았다. 이로 인해 포스코센터로 출입할 수 있는 출입구들이 봉쇄돼 주주, 직원 등이 한쪽으로만 출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찌됐든 삼엄한 경비 속에 주주들이 무사히 입장하는데 성공하며 제 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포스코홀딩스는 21일 주주총회를 통해 장인화 회장 후보자를 임기 3년의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외에도 정기섭 사장, 김준형 친환경미래소재총괄, 김기수 미래기술연구원장을 임기 1년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예정대로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호'가 본격 출범했다. 

포스코센터 사내에서 새 회장이 탄생하는 동안 밖에서는 금속노조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포스코 주총이 9시 40여분 쯤 끝나고, 20분이 지난 오전 10시경 금속노조는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리고 5가지를 장인화 신임 회장에게 요구했다. 

첫번째로 노조는 "그동안 포스코가 금속노조 조합원인 소액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는 것을 강제로 막아왔다"며 "장인화 신임 회장 체제가 출범하는 올해 주총에는 노동자 주주의 참여를 보장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에 담길 바란다"고 했다. 

두번째로 노조는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노조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판결을 받은 노동자가 총 532명이라며 이들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포스코가 직접 판결하라는 법원 판단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세번째로 노조는 "하청노동자 차별 뿐만 아니라 정규직 직원간 차별과 민주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노조할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포스코가 2023년 임금인상에서 기본급 월 10만원을 인상했으나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소속 조합원 53명에 대해서는 월 5만7830원만으로 낮게 인상하는 등 차별대우를 했다고 주장했다. 

네번째 요구는 중대재해 방지다. 노조는 "최정우 회장 재임기간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20여명이 넘으며 이들은 모두 하청노동자들"이라며 "중대재해를 줄이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다섯번째 요구는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생산체제로의 전환이다. 노조는 "포스코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기후 악당이자 각종 유해물질 배출로 지역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의 건간을 해치는 주범"이라며 "제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대책과 피해보상은 물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섯번째 요구는 포스코 경영진의 끼리끼리 문화, 아방궁 문화 근절이다. 노조는 최근 이슈가 됐었던 이사진의 초호화 해외 출장을 지적하며 "장 회장도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 당사자로서 초호화 해외 출장에 대해 명백하게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저여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영진의 끼리끼리 아방궁 문화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소통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이한 점은 노조의 요구가 강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정우 회장 임기 당시 포스코 노조는 최정우 회장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하지만 오늘 금속노조에게 강경한 주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노조가 금일 요구한 6가지는 꽤나 합리적이고 정중한 요구로 보였다. 

이와 대조되게 시민단체 대한민국호국총연합회의 '국민기업 포스코 주주여러분들께 올리는 호소문'에서의 주장은 과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들은 "부정과 비리와 부패의 포스코 카르텔로 구성된 후추위가 추천한, 장인화 회장 내정자 선입을 원천 무효화하라"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착해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포스코 노조 보도자료 발췌.
포스코 노조 보도자료 발췌.

노조는 보도자료 첫번째 문장에서 "(장인화 회장 출범을) 축하한다. 경영이념인 '기업시민' 답게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시민적 권리도 존중하는 경영을 해달라"고 썼다. 상당히 평화적인 모드로 보였다. 이런 정중한 요구가 지속된다면 장인화 호와 노조의 관계는 앞으로 밝아 보인다. 

이제 포스코 최정우 회장 체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장인화 호가 새롭게 출발했다. 포스코 회장 최종후보로 당선된 후부터 오늘 주총에서의 사내이사 확정까지 가는 길이 상당히 순조롭다. 금일 보였던 노조의 모습도 장인화 새 회장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모습이다. 이 정도면 장인화 호의 첫 날은 지극히 무난하고 안정적인 출발이다. 장인화 회장이 이끌어 나갈 새로운 포스코가 어떤 모습일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장인화 제10대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가 3월 21일 제56기 정기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장인화 제10대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가 3월 21일 제56기 정기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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