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컨설팅 그로우 대표

오홍근 아그리컨설팅 그로우 대표.
오홍근 아그리컨설팅 그로우 대표.

네덜란드의 겨울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배경은 흐림(cloudy) 이고 주인공은 비와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둘이서 밀고 당기며 매일 궂은 날들을 만드는 스토리가 되겠다. 가끔 비바람이 없는 날은 대신 짙은 안개가 주인행세를 하기도 한다. 네덜란드는 운하가 많아서 그런지 내륙에도 물안개가 자주 낀다. 그런 날은 하루종일 뿌연 안경을 쓰고 있는 것 처럼 답답하다. 

네덜란드 겨울의 흔한 어느 날 아침. 사진=오홍근
네덜란드 겨울의 흔한 어느 날 아침. 사진=오홍근

겨울에는 해를 보기 힘든 흐린 날들이 일주일에서 열흘씩 이어지기도 한다. 그럴때면 몸과 마음이 빨래처럼 축 처지는 기분이다. 그러다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그야말로 열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날이 한번씩 있다. 한국의 청명한 겨울하늘이 그려지는 그런 날. 그런 날은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무척 환하다. 

하늘이 맑게 갠 어느 겨울 날 학교에 다녀오던 길. 겨울에 이런 날이 많지는 않다. 이른 오후였는데도 위도가 높아서 해가 지평선에 가깝다. 겨울에도 비가 많이 와서 초지가 사철 푸르다. 사진=오홍근
하늘이 맑게 갠 어느 겨울 날 학교에 다녀오던 길. 겨울에 이런 날이 많지는 않다. 이른 오후였는데도 위도가 높아서 해가 지평선에 가깝다. 겨울에도 비가 많이 와서 초지가 사철 푸르다. 사진=오홍근

매년 겨울이 시작되면 과연 올해는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지가 온 나라의 관심사다. 운하가 꽁꽁 얼어서 스케이트를 타려면 영하의 날씨가 최소 일주일에서 열흘은 이어져야 하는데, 내가 네덜란드에서 지내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2차례 경험했다. 옛날에는 더 자주 얼었다고 하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 곳 겨울도 점점 더 온난해지고 있다고 하니, 나중에는 운하에서 타는 스케이트도 기록으로만 남을 수도 있겠다.

지난 12월 중순 일주일여 계속된 추위로 동네 운하가 얼었다.  2년 만이다. 바로 다음날 날이 풀린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나도 부랴부랴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사진=오홍근
지난 12월 중순 일주일여 계속된 추위로 동네 운하가 얼었다.  2년 만이다. 바로 다음날 날이 풀린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나도 부랴부랴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사진=오홍근

추위가 덜하니 자연스럽게 눈이 오는 날도 많지 않다. 기록을 보니 80년대에는 겨울에 30일 이상 눈이 내렸다고 한다. 요즘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올 겨울에는 1월 중순이 넘어가는데도 눈이 오지 않았다. 작년 겨울에도 그랬기에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나 싶었다. 음력 설을 앞둔 1월 중순 며칠간 추위가 이어지더니 금요일 아침부터 조용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올 겨울 첫눈이다. 설을 이틀 앞두고 있어서인지 더 감사하고 위로가 된다. 마침내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겨울이 완성된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 덕분에 이제는 마음에 봄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음력 설을 이틀 앞둔 금요일 아침. 올 겨울 들어 처음 내리는 반가운 눈. 사진=오홍근
음력 설을 이틀 앞둔 금요일 아침. 올 겨울 들어 처음 내리는 반가운 눈. 사진=오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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