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 '요기요' '카카오모빌리티' '쿠캣' 등 수천억대 문어발식 투자했지만…
부채 2018년 2조 6405억에서 지난해 5조 4295억으로 5년만에 2배 이상↑
지난해 허연수 부회장 19억 2100만원 보수받아 전년보다 1억 3300만원 늘어
"GS리테일 실적 부진은 허 부회장의 전략없는 사업다각화에 수천억 투입이 요인"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거듭된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GS리테일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체적 책임을 져야할 부회장의 연봉은 전년보다 크게 오르는 등 GS리테일을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21일 서울 강동구 GS리테일 동북부사무소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고객 관점에서 사업·운영 구조를 혁신해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허 부회장은 "(편의점 사업은) 외형 확장과 내실 다지기 모두 집중하겠지만, 그 둘을 비교하면 내실을 다지는 쪽이 좀 더 비중이 크다"며 "CU와 양강 체제로 싸우고 있다는 게 걱정은 되지만 내실 다지기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편의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신선강화형매장'을 확대하고 슈퍼는 가맹점 중심의 다출점 전략과 고객·상권 특성을 반영한 상품 강화 전략으로 성장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허 부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정비도 언급했다.

경쟁력이 미흡한 투자 기업은 지분 매각 또는 축소를 통해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 수요와 메가 트렌드 등을 고려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부회장). 사진=GS리테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부회장). 사진=GS리테일

'유통업계의 큰손'에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허 부회장은 지난 2021년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 뒤 회사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이란 명목으로 사업다각화와 신사업 투자에 수천억원을 투입하며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불렸다.

그는 2022년 초 비전선포식에서 "성장 인프라 구축을 위해 퀵커머스, 반려동물, 식품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거래액 25조원을 이루겠다"고 말한 바 있다.

허 부회장의 공언대로 GS리테일은 거침없은 투자를 진행했다. 2021년 2월 배달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사들이는 데 508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그해 8월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 지분 30% 확보에 3077억원, 카카모빌리티의 지분 1.3% 취득에 650억원을 썼다. 이어 푸드 커머스 쿠캣 550억원,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렌즈 375억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200억원,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 91억원, 물류 스타트업 팀프레시 20억원 등 굵직한 투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허 부회장이 생각한 것과 아주 다르다. 업계 안팎에서는 GS리테일의 거듭된 실적 부진을 두고 허 부회장이 주도한 수천억원대의 투자가 실패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먼저, GS리테일은 2022년 메쉬코리아 보유 지분 15.59%에 대한 가치를 0원으로 평가했다. 2021년 지분 가치를 170억원으로 평가하며 장부가액(취득가액에서 감가상각비를 차감한 가액)으로 기재한 데 이어, 1년 만에 메쉬코리아 지분 가치를 전액 상각(투자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회계상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것)했다. 508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 것이다.

또한, 쿠캣 오프라인 매장을 전부 정리해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의 비용 절감에 나섰고, 이어 쿠팡, SSG닷컴, 컬리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수익성이 악화된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 사업을 접었다. 주차장 운영 계열사 GS파크24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하고, CJ 올리브영의 독주에 밀린 H&B 사업 랄라블라를 중단하기도 했다.

2013년 160억원을 들여 인수한 텐바이텐도 지난해 온라인 수제품 마켓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에 20억원 헐값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GS리테일은 텐바이텐의 매각으로 인수 당시 금액(160억원)과 매각가(20억원)를 단순 계산했을 때 14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텐바이텐에 빌려줬던 100억원의 운영자금도 채무면제 처리된 점을 더한다면 이번 매각 계약으로 24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셈이다. GS리테일이 텐바이텐을 운영한 10여년간 3개년(2014년 2016년, 2019년)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 결과 GS리테일은 연결기준 지난해 순이익 22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76억원보다 53.5% 줄어들었다. 2021년 801억원이었던 순이익과 비교하면 72.4%나 감소했다.

GS리테일의 부채총계는 2018년 2조 6405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는 5조 4295억원으로 집계돼 5년 동안 2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이자발생부채는 1조 711억원에서 3조 2534억원으로 무려 3배 넘게 폭증한 상태다.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주차된 요기요 배달 오토바이.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주차된 요기요 배달 오토바이. 사진=연합뉴스

배민은 너무 멀고 쿠팡이츠는 맹추격... 2위 자리 '간당간당'


가장 큰 투자가 이뤄진 위대한상상은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GS리테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위대한상상 지분법 손실로 1333억원을 책정했다. GS리테일이 보유한 위대한상상 지분 30%의 장부가는 134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 12월 기준 장부가는 2713억원이었다.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선언하면서 요기요가 2위 자리를 뺏길 가능성도 보인다.

실제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과 시장 점유율 차이가 48%로 크지만 요기요와는 1%포인트 수준밖에 나지 않는 3위에 자리하고 있다.

빅데이터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74만 2933명으로 전년 대비 64.7% 급증했다. MAU는 한 달간 서비스와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한 사용자 수를 의미하는 지표다. 

1위 배달의민족 MAU 2193만 4983명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이지만 2위 요기요의 지난달 MAU 602만 7043명과 비교하면 격차가 20만명대에 불과하다. 요기요 MAU는 전년 같은기간 대비 16.6%나 감소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취임한 요기요, 위대한 상상 이정환 대표가 2달 만에 물러났다. 전임자인 서성원 전 대표도 1년 반 만에 GS리테일은 떠난 데 이어 신임 대표마저 사의를 표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서로즈데일빌딩, 상봉듀오트리스 리테일, 양주 광적물류센터 등 부동산 투자 실패와 말레이시아 편의점 진출 실패, 인도네시아 홈쇼핑 철수 등도 허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점을 남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신사업 투자실패의 결과가 지금의 주가상황을 초래했다", "자기반성이 없는 경영진. 아직도 신사업 투자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하는 거 보니 한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GS리테일이 사업다각화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사업들이 줄줄이 실패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다만,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허연수 부회장에게 19억 21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전년 17억 8800만원보다 1억 3300만원(7.4%) 늘어난 금액이다. 세부적으로 기본급 7억 9900만원, 직책수당 4억 4000만원, 상여 6억 8200만원이다.

GS리테일 측은 공시를 통해 "집행임원인사관리규정(이사회 승인)에 따라 매출, 이익 등의 계량지표와 국내외 경제 상황, 중장기 전략 실행도, 리더십 등의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간 급여의 0~200%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편의점, 슈퍼, 홈쇼핑 등 코어(Core) 사업의 안정적인 사업운영 및 성과창출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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