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지난해 3월 '증거 없다' 이유로 대웅제약 불기소 처분
檢, 메디톡스 항고장 제출 후 약 1년 3개월 만에 재기 수사 명령
민사소송에선 '메디톡스' 완승... 대웅에 400억원 손해배상 명령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검찰이 피부 미용 시술 등에 사용되는 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술을 도용한 의혹을 받은 대웅제약에 대해 재수사에 나선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 22일 대웅제약의 보톡스 원료 기술 유출 의혹을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 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 수사란 처음 사건을 맡은 검찰청의 상급 검찰청이 추가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그 검찰청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하는 일을 말한다.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했을 때 지시하는 절차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위)과 대웅제약의 나보타. 사진=각 사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위)과 대웅제약의 나보타. 사진=각 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가 되는 균주와 생산 공정을 두고 2016년부터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7년 1월 산업기술유출방지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대웅제약과 임직원을 형사 고소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2월 이 사건에 대해 "메디톡스의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불기소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서울고검에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3월 항고장을 제출했다. 서울고검은 항고를 검토한 지 약 1년 3개월 만에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같은 해 10월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50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10일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 61부(권오석 부장판사)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웅제약이 국내 토양에서 균주를 추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초 메디톡스가 제기한 50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액 중 일부를 인정해 대웅제약에 400억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이어 메디톡스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인도하고 현재 생산된 제제를 전량 폐기하도록 했으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즉시 항소를 제기했다.

판결 직후 대웅제약은 "균주는 용인시 포곡읍 하천변에서 채취, 동정한 기록을 통해 유래에 대한 증빙이 확실하며, 광범위한 검찰 수사에서도 균주의 도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나 출처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역학적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웅제약에 대한 재수사와 관련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포인트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민사 소송 승소에 이어 이번 고검의 재기 수사 명령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관계자는 이어 "검찰이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대웅제약의 불법 행위를 명확히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메디톡스는 항상 재판부나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한편, 보툴리눔 균주 유전자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질병관리청은 제출된 병원체·균주를 토대로 유전자 정보 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허가를 받은 자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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