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벌통 카메라로 꿀벌 움직임 등 이미지 딥러닝...벌 활동상태 실시간 확인
비닐온실에서 벌 활동량 시간당 평균 9마리→14마리, 생존기간 105일→173일
과일 맺히는 비율 상승...토마토 300평당 100만원·딸기는 117만원 추가 수익
농진청, 8개 시군서 200여개 스마트 벌통 시범보급...3년간 약 1000여개 목표
충남·전남·경북 3곳에 꿀벌자원 육성품종 증식장 조성...우수 꿀벌 품종 증식 연구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최근 꿀벌의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이 급감하면서 식물에서 동물로 이어지는 생태계 붕괴로 인류의 식량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유엔(UN)은 2020년 기준 약 78억명인 세계 인구가 2100년 약 110억명에 달해 식량 수요는 늘어 나지만, 꿀벌의 개체 수는 정체 하거나 줄고 있어 인구대비 꿀벌의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내에선 지난해 초 전국적으로 꿀벌이 폐사해 약 269만 봉군 중 약 40만 봉군(80억 마리)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꿀벌 보호를 통한 식량위기를 극복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최근 스마트기술을 적용해 작물 재배 농가에서 꿀벌, 뒤영벌 등 화분매개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했다.

꿀벌 스마트벌통(왼쪽)과 뒤영벌 스마트벌통. 사진=농촌진흥청
꿀벌 스마트벌통(왼쪽)과 뒤영벌 스마트벌통. 사진=농촌진흥청

◇ 스마트벌통 ‘안정적인 농작물 생산에 꼭 필요’

국내에서는 한 해 평균 61만개의 화분매개용 벌통이 농작물 수분에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딸기, 토마토 등 시설 과채류에서 화분매개벌 사용률은 67%에 달한다.

화분매개는 농작물 생산에 꼭 필요한 과정이며, 화분매개벌의 생존 기간과 활동은 농작물 생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벌을 효과적으로 화분매개에 활용하려면 벌통 내부를 벌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유지하고 먹이를 관리해줘야 한다.

지금까지 화분매개벌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작물 재배 농가들은 벌 관리가 생소하고 정보도 부족해 하우스에 벌통을 가져다 놓은 후 별도 관리 없이 벌을 화분매개에 이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효율적인 벌 관리를 통해 화분매개 효율을 높여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농가 지원방안이 필요해졌다.

이에 농진청은 2018년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첫 스마트벌통을 개발한 후 여러 차례 농업 현장에 적용해 그 기능을 개선했다.

◇ 현장 적용 결과, 벌 생존 기간과 활동량 늘어 생산성도 증대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은 벌통에 각종 센서를 적용해 벌통 내부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한다.

불볕더위일 때는 벌통 내부 온도 센서와 연동된 환기팬이 자동으로 켜져 벌의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온도는 2~3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500ppm까지 낮추게 된다. 한파 때는 센서와 연결된 열선 판이 작동돼 벌통 온도는 28~32도, 습도는 60% 내외로 유지한다.

이와 함께 센서로 수집된 온도‧습도 등 환경정보, 벌통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벌의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이미지 딥러닝(심화학습) 기술을 이용해 벌의 활동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보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에게 실시간 제공되며, 벌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도 벌 상태를 점검하고 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벌을 교체할 수 있다.

이 벌통을 토마토와 딸기 시설재배 농가에 적용한 결과, 여름철 비닐온실에서 벌의 활동량은 시간당 평균 9마리에서 14마리로 1.6배 많아졌으며, 겨울철 비닐온실에서는 벌의 생존 기간이 105일에서 173일로 68일이 늘어났다. 

또 여름철 토마토는 과일이 맺히는 비율이 15% 높아져 1000㎡(약 300평)당 100만원의 수익을 더 올렸다. 겨울철 딸기는 상품이 되는 과일의 비율이 기존보다 6% 높아져 1000㎡당 117만원의 수익을 더 낼 수 있었다. 아울러 기존 벌통 상품과율 88.0%였던 반면 스마트벌통의 상품과율은 93.6%로 나타났다.

스마트벌통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벌의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이미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벌의 활동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스마트벌통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벌의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이미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벌의 활동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올해 8개 시군에 200여개 벌통 시범 보급, 3년간 약 1000여개 벌통 보급 계획

농진청은 스마트벌통의 원천기술을 특허출원, 등록하고 기술이전 했으며, 올해 8개 시군(부여, 정읍, 담양, 신안, 의성, 거제, 양산, 인천)에서 ‘화분매개용 디지털벌통 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해 스마트벌통을 시범 보급할 계획이다.

앞으로 딸기, 토마토와 같은 시설 재배작물 이외에 노지 작물, 스마트팜의 과채류에도 스마트벌통을 적용해 농작물 생산성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을 개선해 일반 양봉용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현재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은 시작기까지 개발된 상태로 완전히 상용화되지 않았다"며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4개 산업체에 기술이전이 돼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신속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화분매개용 디지털벌통 기술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8개 시군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시범사업으로 약 200여개의 벌통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며, 3년 동안 약 1000여개의 벌통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꿀벌 자원 육성품종 증식장' 조성, 우수 꿀벌 품종 개량 추진

농진청은 또 ‘꿀벌자원 육성품종 증식장(이하 꿀벌 증식장)’을 조성해 우수한 꿀벌 품종 개량과 보급을 추진한다.

꿀벌 증식장은 충남, 전남, 경북 총 3곳에 설치된다. 우수한 품종 생산을 위해 다른 벌이 없는 격리된 지역이면서 벌의 먹이인 밀원식물이 풍부한 지역에 조성된다.

이번에 조성하는 꿀벌 증식장은 실험동(432㎡)과 꿀벌사육사(300㎡)를 갖추게 된다. 

증식장에는 수벌의 정액을 채취해 여왕벌에 주입해 인공 수정하는 인공 수정실을 비롯해 꿀벌의 질병 저항성을 연구하는 질병실험실, 인공사육실, 밀원식물실험실, 봉군관리실험실 등 우수 꿀벌 품종 증식을 위한 연구기반시설이 들어선다. 

벌꿀 다수확용 '장원벌' 사진=농촌진흥청
벌꿀 다수확용 '장원벌' 사진=농촌진흥청

농진청은 꿀벌 증식장이 완공되는 대로 벌꿀 다수확 품종인 ‘장원벌’과 낭충봉아부패병(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 질병) 저항성이 높은 ‘한라벌’ 등 꿀벌 증식에 착수하고 양봉농가에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보급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장원벌’은 기존 꿀벌보다 꿀 수집 능력이 30% 이상 뛰어나고, 번식력이 왕성해 벌통 1개당 일벌 수가 45%가량 많고 질병 저항성도 2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농진청은 기본 여왕벌을 1차 증식한 ‘원원여왕벌’을 생산하고, 농업기술원은 ‘원원여왕벌’에서 증식한 ‘원여왕벌’을 생산한다. 꿀벌 생산업자나 생산자단체는 ‘원여왕벌’을 이용해 우수품종 교배형식에 따라 ‘보급여왕벌’을 생산하게 된다. 

한편, 농진청은 꿀벌 품종개발과 생산 체계 구축 연구를 위해 지난 2020년 10월 전북 부안군 위도에 국내 첫 꿀벌 격리육종장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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