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 적기인 6~10월 ‘응애 집중방제기간‘ 운영
응애 저항성 품종 개량 친환경 방제약품 개발 등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정부가 꿀벌에 피해를 주는 응애에 대한 대대적 방제를 펼치기로 했다. 또 농축산경영자금을 최대 1000만원 지원하고, 농가별 입식비 또는 화분·기자재 구입비용을 약 500억원 규모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농진청, 검역본부, 양봉협회와 전문가 등 협의를 거쳐 꿀벌 피해 농가의 조기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봉군증식, 피해농가 생산기반 회복 등 피해복구, 피해 발생의 재발을 차단하기 위한 응애방제 및 예찰강화, 방제·방역시스템 강화 등에 중점을 뒀다.

양봉업자가 꿀벌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양봉업자가 꿀벌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농식품부 "꿀벌피해 발생은 '응애'가 주요 원인"

2021~2022년 동절기의 경우 월동 중 피해(40만 봉군, 피해율 14.9%)가 크게 나타난 반면, 이번 꿀벌피해는 월동에 들어가기 전인 2022년 9월~11월까지 약 40~50만 봉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2022년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약 247만 봉군으로 전년 동월(269만 봉군) 대비 8.2% 감소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꿀벌피해 발생은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장기간 특정 성분(플루발리네이트)의 방제제가 널리 활용됨에 따라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확산됐고, 사육 중인 꿀벌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또한, 농가들이 방제 적기인 7월에 꿀,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등 양봉산물 생산을 위해 방제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응애가 이미 확산된 이후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꿀벌 면역력을 낮춘 것도 피해를 발생시킨 원인으로 판단했다.

농식품부는 양봉장이 방제제 사용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도 방제 효과를 떨어뜨려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인트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응애가 이번 꿀벌 피해에 주된 유인이며, 일각에서 피해 원인으로 추정하는 기후변화는 이번 꿀벌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 농축산경영자금 최대 1000만원...기자재 구입비용에 500억원 지원

농식품부는 우선 사양관리가 우수해 피해가 적었던 농가들과 협력해 4월까지 피해농가에 벌통 조기 공급을 추진한다. 양봉농협 및 지역축협 등의 소속 약 400여 농가 중심으로 4월 말까지 분봉을 실시해 피해농가에 공급한다.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농축산경영자금을 최대 1000만원 지원해 봉군과 기자재 구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각 시·도별 자체 사업을 마련해 농가별 입식비 또는 화분·기자재 구입비용에 약 500억원 규모로 지원할 계획이다.

월동 직후 조기 방제될 수 있도록 방제약품을 신속히 공급하고, 내성이 있는 성분의 방제제를 제외하고, 2년 연속 동일 성분의 약제가 선정되지 않도록 개선한다. 농식품부는 올해 꿀벌 방제약품 지원 예산에 60억7100만원을 편성했다.

또 6~10월 꿀벌 집중방제기간을 운영한다. 집중 방제기간 중 매주 수요일을 ‘응애 집중 방제의 날’로 운영하기로 했다. 방제가 소홀한 농가는 농축산경영자금 등 정책자금 지원대상 선정 시 불이익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격월로 실시하던 관계기관 합동 예찰을 격주로 대폭 강화하고 조사 표본도 대폭 확대한다. 또 격주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해 응애 발생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농가에 즉시 전달해 방제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각 지자체별로 농가들이 사육 중인 꿀벌에 이상이 발생하면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꿀벌질병 신고센터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병해충 발생이 확인되면 관내 농가에서 긴급 방제 등 초동 조치를 유도하기로 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꿀벌 스마트벌통(왼쪽)과 뒤영벌 스마트벌통. 사진=농촌진흥청
농진청이 개발한 꿀벌 스마트벌통(왼쪽)과 뒤영벌 스마트벌통. 사진=농촌진흥청

◇ 양봉업자 정기적 교육 이수 의무화·친환경 꿀벌응애 구제약품 개발

농가의 사양관리 역량 제고를 위해 시설·장비 보급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을 활용해 현대화된 양봉사 구축을 지원하다. 또한 질병 저항성이 우수한 여왕벌 보급과 보온력이 우수한 EPP 벌통, 벌통 내 환경변화 확인 및 내부온도 유지 장비 지원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양봉업 신규등록을 희망하는 농가에 양봉산업 관련 법령과 질병·병해충 관리 등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이미 등록한 농가도 정기적으로 보수교육을 받도록 의무를 부여한다. 또 방제실시기록부 등 사양관리 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해 적정 사육을 유도한다.

꿀벌피해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도 추진한다. 기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봉군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사양관리 방안을 개발하고, 기후변화와 응애 등 병해충 발생과의 인과관계 규명도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국내 밀원수 면적·벌꿀의 생산량 등을 고려한 적정 사육 봉군수를 산출해 제시할 계획이다. 저온저장고·온실 등 온도조절 시설을 활용한 월동기 사양관리 방법도 개발해 농가 보급을 추진기로 했다.

응애 저항성 품종을 육성해 지역별로 현장 적응시험을 실시해 보급 가능성을 점검하고, 농가 보급을 추진한다. 또 내성 발생위험이 적고 양봉산물 생산과 동시에 활용 가능한 친환경 꿀벌응애 구제약품 개발에 나선다.

이밖에 밀원확충 및 이를 통한 채밀기간 확대, 첨단기술기반 병해충 관리 강화 및 우수 품종 개발·보급, 디지털 꿀벌 관리 시스템과 같은 신기술 개발·보급 등 지난해 5월에 수립한 양봉산업 종합대책의 세부과제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

◇ 꿀벌피해의 영향 전망

농식품부는 이번 꿀벌피해로 인한 꿀벌의 개체 감소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양봉 꿀벌이 아닌 나비, 야생벌 등에 의한 화분매개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월동 피해가 컸던 지난 해의 경우에도 봉군수가 회복해 꿀 생산량이 전년(1.6만t) 대비 43%, 평시(2만t) 대비 15%가량 증가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꿀벌의 개체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농촌진흥청 중심으로 시설작물 재배농가와 꿀벌 공급이 가능한 양봉농가를 연계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있다. 작물별로 살펴보면 딸기는 공급이 안정적인 뒤영벌을 대체 활용해 꿀벌 감소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참외는 인공 수분을 활용해 꿀벌 감소에 대응하고 있으며, 수박은 참외보다 공급 시기가 늦고, 수분에 활용된 꿀벌을 다른 농가에 재투입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꿀벌 감소의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본격 채밀이 이루어지는 4월부터는 봉군이 신속히 회복되어 원예작물 화분 매개용 벌통 공급은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꿀벌을 공급하기로 한 양봉농가가 피해를 입었거나, 꿀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시설원예 농가는 농촌진흥청 현장대응단을 통해 벌통 공급이 가능한 양봉농가 정보를 제공해 일시적 화분 매개벌 수급 불균형을 최소화한다. 

농식품부 김정욱 축산정책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꿀벌피해를 조기 회복하고, 예방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꿀벌피해 재발 방지에는 응애 적기방제가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방제 참여와 이상 발생 즉시 지자체에 신고하는 등 양봉농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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