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60%의 상속세율 '전세계 1위'...넥슨 한번 상속했을 뿐인데 지분 30% 사라져
삼성, LG, 현대차, HD현대 등 오너일가 상속세로 '골치'
중소기업 창업자 고령화로 앞으로가 더 문제
현행 상속세, 기업영속성 및 기업가 정신 훼손...외국계 사모펀드 '꿀꺽' 위협도

[포인트데일리 김국헌 기자] 한국에서 23년째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상속세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고(故) 김정주 창업자 유족이 막대한 상속세를 현금으로 못 내고 지분으로 납부하면서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에 올랐고, 기획재정부가 넥슨 지분 4조7000억원 어치를 매도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를 중국 업체가 일거에 매수한다면 넥슨은 중국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세율, 개편할 필요가 있는지를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 LG 회장 일가는 빚을 내서 상속세를 내고 있고, 한샘과 락앤락, 쓰리세븐 등은 외국 사포펀드에 회사를 넘겼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몽구 회장의 재산을 정의선 회장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할 상속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에서 창업가 정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이에 현재 상속세 개편을 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상속세 이슈들과 개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①] 상속 2~3번 하면 기업 국유화...이게 맞나?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②] 넥슨, 2대 주주가 중국이 된다면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③] 현대차, 상속세 낼 2조원이면 울산 전기차 공장 하나 더 세운다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④] 기업들 다 바라는데...정부, 개편 의지는 있나?


현재 한국에서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다.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 세금을 물리고 있어 최고 60%의 상속세율을 적용 받는다. 실질적으로는 일본을 제치고 OECD 회원국 중 1위인 셈이다.

OECD 38개국 평균 상속세율은 26%다. 그마저도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없는 14개국을 제외한 평균이다. 이들 국가를 포함하면 OECD 평균 상속세율은 13%로 낮아진다.

기업의 주식을 물려줄 때 부과되는 세금만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은 실제 상속세율이 60%까지 높아진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최대주주 주식을 할증평가해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손자로 세대를 건넌 상속이 이뤄지면 할증이 더 붙어 70%를 넘어설 수도 있다. 상속받은 자식은 경영권을 나라에 빼앗긴다. 막대한 세율로 사실상 국가가 기업의 자산을 '강탈'하는 수준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 넥슨 사태로 다시 한번 밝혀진 사실은 한국에서 어떤 기업이라도 상속을 2~3번 하면 해당 기업은 국유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넥슨을 살펴보자.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29%가 공개매각 매물로 18일부터 나온다. 매각 예정 가격은 4조7149억원으로, 공개매각에 성공할 경우 역대 최대 규모다. 

NXC의 지분율을 보면 고 김정주 창업자의 지분 196만3000주가 상속되며 현재 고 김정주 회장의 배우자인 유정현 이사가 34%를 가지면서 최대주주로 있다. 두 딸인 김정민, 김정윤 양이 각각 31.46%씩 총 62.92%를 갖고 있다. 고 김정주 회장의 가족인 동일인 측이 98.64%를 지분을 보유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김정주 회장이 별세하면서 막대한 현금이 없던 유족은 두 딸이 갖고 있던 지분 29% 가량을 상속세로 내게 된다. 이후 정부(기획재정부)가 넥슨의 2대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유정현 이사의 지분은 34% 그대로지만 김정윤, 김정민 양의 지분은 각각 16.81%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동일인 측의 지분은 98.6%에서 69.3%에서 크게 축소됐다. 

한번 상속을 했을 뿐인데 지분 30%가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넥슨이 또 다시 상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동일인 측 지분은 더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상속세 2~3번 내면 회사가 국유화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 LG, 현대차, HD현대 등 오너일가 상속세로 '골치'


현재의 한국 상속세는 무려 23년간 지속돼 왔다. 기업의 자산가치가 크게 높아졌는데 1999년 말 세법 개정 이래 23년째 같은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상속세를 내려하면 대기업의 경우 그야말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삼성 일가의 경우 이건희 회장 사후 상속세만 무려 12조원을 넘겼다. 삼성 일가는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할 계획인데 첫 상속세 납부분인 2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의 주식 담보대출 및 신용 대출까지 받았다. 빚으로 6조원을 냈고, 앞으로 6조 원을 더 내야 한다. 이재용 회장이 이미 4세 경영을 포기했지만 이런 식으로 상속 때마다 몫이 절반씩 줄어든다면, 애초에 4세 경영은 불가능했던 것과 같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7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 역시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상속세는 큰 고민거리다. 올 상반기 기준 정 부회장의 지분은 5.26% 수준이다. 최대 주주는 정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지분이 26.6%에 달한다. 상속세율이 60%인 점을 고려하면, 승계 시 정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8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HD현대 배당 등을 통해 이 같은 상속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승계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내가 떠나고 나면 상속세 때문에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약 6조에서 7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국유화가 될 것이란 얘기였다. 

중소기업들은 더욱 심각하다. 과다한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팔겠다고 내놓은 중소기업이 1500곳이 쌓였지만 99%는 주인을 못 찾고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상속세 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우에도 가업승계를 포기해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급증해 올해만 463곳이 문을 닫았다.  

알짜 기업으로 평가됐던 한샘과 락앤락, 쓰리세븐 등은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업 승계를 포기했다. 특히 한샘의 경우 조창걸 명예회장이 아들이 없어 손자에게 상속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는데 70%가 넘어가는 상속세율이 예상되면서 조 회장은 일치감치 매각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결국 한샘은 롯데쇼핑과 손잡은 사모펀드 IMM PE가 인수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21년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중기 가업 승계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76.2%가 ‘가업 승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사에 응한 대다수 기업(94.5%)은 가업 상속의 걸림돌로 상속·증여세 등 ‘막대한 조세 부담’을 꼽았다. 

창업자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30년 이상 중소기업 CEO의 81%가 60세이다. 70세 이상 CEO도 31%에 달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30년 이상 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81%가 60세 이상이고, 70세 이상 CEO는 31%(2만5000명)에 달한다”며"중소기업 52.6%가 기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폐업이나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데 기업승계가 불발돼 폐업으로 이어지면 약 57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손실 매출액이 13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상속세, 기업영속성 및 기업가 정신 훼손...외국계 사모펀드 '꿀꺽' 위협도


상속세는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재산에 대해, 상속을 이유로 세금을 한 번 더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인 데다 기업 영속성 및 기업가 정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국내기업이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가게 되면 창업주 상속인의 경영권 뿐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자 증가,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 국부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오너 일가라 하더라도 막대한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기란 힘들기 때문에 넥슨처럼 지분 매각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될 공산이 커진다. 과중한 상속세는 기업투자와 개인소비를 위축시켜 전체 경제성장까지 좌초시킨다.

중요한 것은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더 이상 삼성, 현대차, LG, SK같은 존경받는 기업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창업을 해서 회사를 일으켜 본인이 죽을 때 쯤 되서 상속을 해주려 하면 정부가 다 가져가는데 누가 창업하려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럴거면 차라리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하는 게 낫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고,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속출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들어 기업계가 기업 승계를 지원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도 문제지만,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의 원인이 된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수가 부족한 정부가 총대를 메고 적극적으로 개편할 의지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율이 70%였던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없애고, 상속인이 재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했고, 영국은 상속세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는 등 전세계에서 상속세 폐지 움직임이 커져가는 추세"라 "멀쩡한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세금 때문에 경영권을 정부에 넘기는 일이 계속되는 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꿈일 뿐인 만큼 반드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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