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안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상속세 '발목'
내야할 상속세 규모 2조6000억원 예상... 울산 신규 전기차 공장 건설비보다 많아
정의선 회장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세 납부 위해 안간힘
"글로벌 경영으로 정신이 없는 정의선 회장에게 막대한 상속세 부담은 다른 나라였다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고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포인트데일리 윤남웅 기자] 한국에서 23년째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상속세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고(故) 김정주 창업자 유족이 막대한 상속세를 현금으로 못 내고 지분으로 납부하면서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에 올랐고, 기획재정부가 넥슨 지분 4조7000억원 어치를 매도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를 중국 업체가 일거에 매수한다면 넥슨은 중국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세율, 개편할 필요가 있는지를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 LG 회장 일가는 빚을 내서 상속세를 내고 있고, 한샘과 락앤락, 쓰리세븐 등은 외국 사포펀드에 회사를 넘겼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몽구 회장의 재산을 정의선 회장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할 상속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에서 창업가 정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이에 현재 상속세 개편을 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상속세 이슈들과 개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①] 상속 2~3번 하면 기업 국유화...이게 맞나?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②] 넥슨, 2대 주주가 중국이 된다면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③] 현대차, 상속세 낼 2조원이면 울산 전기차 공장 하나 더 세운다
[상속세, 이대로 둘 건가④] 기업들 다 바라는데...정부, 개편 의지는 있나?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 간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잘 나가는 현대차그룹의 고민 중 하나 역시 상속세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 회장 취임 당시인 2020년 매출은 103조9976억원, 영업이익은 2조3947억원이다. 12일 증권가 컨센선스에 따른 올해 실적 전망치(매출 162조6343억원, 영업이익 15조3723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56.4%, 영업이익은 541.9%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글로벌 판매 증가가 고스란히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완성차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일본의 도요타그룹(1048만3000대), 독일의 폭스바겐그룹(848만1000대)의 뒤를 이어 3위를 달성했다. 올해도 현대차그룹은 1~11월 674만2039대(전년 동기비 7.6% 증가)를 팔아 3위 리를 지키며 1위 토요타를 맹렬히 추격 중이다. 

글로벌 3위로 자리매김 했지만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런데 상속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속도 안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상속세 '발목'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개한 올해 7월 기준 대기업집단의 자본금 대비 동일인(총수) 지정에서 내부지분율을 보면 삼성(이재용)이 0.55%, 친족 0.47%로 나타났고, LG(구광모)가 1.53%, 친족 1.13%로 총수 지분이 친인척 지분보다 높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0.93%, 친족은 2.47%로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친인척 보유 지분보다 현저히 낮다. 

현대차그룹처럼 총수 지분보다 친족 지분율이 높은 그룹은 경영권분쟁 또는 잠재적 위험이 높은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정의선 회장 지분이 0.3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순환출자는 오너 일가가 '소량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연쇄적으로 부실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도 순환출자 고리 탓에 계열사 간 의존도가 높아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 회장이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배구조 정점에 서기 위해서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인 기아가 보유한 지분을 확보하고, 이후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까지 손에 넣어야한다.

정의선 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의 주요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주력 계열사 지분을 보면 영향력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지분이 여려 계열사에 나눠져 있지만 그룹 지배구조 면에서 아직 권력 이양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재 현대차 2.65%, 기아 1.74%, 현대글로비스 19.99%,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7.33%, 이노션 2%,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맨 위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분이 0.32%에 불과해 정의선 회장이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추가 지분확보가 필수적이다.


내야할 상속세 규모 2조6000억원 예상... 울산 신규 전기차 공장 건설비보다 많아


추가 지분 확보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의 고민은 상속세로 이어지고 있다. 예상되는 상속세 규모가 2조원을 훨씬 넘는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은 현대차 5.39%, 현대제철 11.81%, 현대모비스 7.19%로 현대차는 2조1000억원, 현대제철이 5300억원, 현대모비스가 1조5000억원이다. 이를 합친 금액은 약 4조1300억원 규모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분 4조1300억원에 대한 상속세는 최대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10%가 더해진 60%로 약 2조6400억원이나 되는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 소식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85세의 고령자임을 감안하면 상속세를 미리 대비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하다.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조감도.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조감도. 사진=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현대차가 야심차게 짓고 있는 울산 신규 전기차 공장 건설 금액을 훨씬 상회한다.

현대차는 지난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만에 '울산 EV 전용공장'을 짓고 있다. 54만 8000㎡(약 16만평)부지에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올해 4분기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완공 예정인데 공장 설립 비용이 약 2조원 수준이다. 정의선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 규모(2조6400억원)보다도 싸게 든다. 상속세를 낼 돈이면 울산 EV 전용공장보다 더 좋은 공장을 하나 더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의선 회장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세 납부 위해 안간힘


정의선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세 납부를 위해 다각적으로 자금 확보 루트를 모색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월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매각하며 약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동시에 칼라일을 3대 주주에 올리며 우호 지분으로 흡수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의 지분율(19.99%)이 가장 높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시도했던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도 실탄 확보의 일환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에 성공했을 경우 그가 거머쥘 자금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정의선 회장은 삼성 일가처럼 조단위 상속세를 지분 매각으로 처리하지는 않고, 정직하게 현금 납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수년간 지속해서 배당성향을 확대해 왔고, 정 회장이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초 받을 배당금은 약 1800억원 대에 이른다.

이 같은 거액의 배당금은 정 회장이 추후 지급하게 될 상속세 재원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부족한 금액은 삼성일가처럼 대출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그룹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불필요한 잡음은 낼 필요가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글로벌 톱 티어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정주영->정몽구에 이어 정의선 회장까지 3대에 걸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정의선 회장은 3대임에도 탁월한 기업 경영능력을 선보이며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상속세 납부와 깊이 연결돼 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분을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보유한 지분 상실 없이 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낼 수 있으면 다행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으로 정신이 없는 정의선 회장에게 막대한 상속세 부담은 다른 나라였다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고민일 것"이라며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때가 오면 상속세 이슈로 인한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문제와 주가 디스카운트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대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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